美오하이오 주의회, '낙태권' 막으려 개헌 문턱 높이려다 무산

입력 2023-08-10 00:20  

美오하이오 주의회, '낙태권' 막으려 개헌 문턱 높이려다 무산
주민투표서 공화당 발의한 '개헌안 가결정족수 강화 개헌안' 부결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공화당이 장악한 미 오하이오주 의회가 주(州)내에서 낙태 금지를 유지하기 위해 주헌법 개정을 어렵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의했으나 유권자들에 의해 좌절됐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오하이오주가 전날 주 헌법 개정안의 가결 정족수를 현재 투표자의 과반에서 60%로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 57%, 찬성 43%로 개헌안이 부결됐다.
이번 개헌안은 주의회 다수당인 공화당 주도로 발의됐다.
미 정치권은 이번 오하이오주의 개헌안 투표가 오는 11월 낙태권을 보장하도록 주 헌법을 개정할지를 묻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열린 것에 주목해왔다.
앞서 미 연방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임신 6개월까지 낙태를 연방 차원에서 합법화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낙태권 존폐에 관한 결정 권한을 주(州)로 넘긴 바 있다.
이에 공화당이 다수인 오하이오 주의회는 사실상 낙태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률을 곧바로 시행했다.
이 법률은 위헌소송이 제기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효력이 중단된 상태지만, 낙태금지법을 입법한 주 의회에 반발한 유권자들은 낙태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주민발의했고, 이 개헌안은 오는 11월 찬반 투표를 앞두고 있다.
이에 11월 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어 낙태권 보장 개헌안이 가결될 것을 우려한 공화당 의원들은 개헌 문턱을 높이는 내용의 개헌안을 발의해 대응에 나섰던 것이다.
공화당 소속인 프랭크 라로즈 오하이오주 국무장관은 투표에 앞서 "근본적인 규칙들을 지켜내야 한다"며 개헌안 가결을 호소했지만, 다수 오하이오주 주민은 공화당의 이런 시도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이번 투표는 특히 한여름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약 300만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해 이례적으로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이는 지난해 주지사 및 연방 상·하원 의원을 뽑는 예비선거 참여 유권자의 2배에 달하는 수라고 NYT는 전했다.
개헌안 주민발의를 주도한 시민단체 공정성 프로젝트의 켈리 홀 이사는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많은 유권자에게 이번 투표는 낙태 이슈와 직결됐지만, 주 의원 일부의 권력 장악 시도라는 관점에서 투표를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시도가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됐다는 것은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권리가 빼앗길 수도 있는 선택지가 있는 투표를 할 때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명확히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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