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강풍 타고 삽시간에 번져…인기 관광지, '불타는 지옥'으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9일(현지시간) 세계적인 휴양지인 하와이 제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열대 섬의 인기 관광명소가 잿더미로 변했다.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 카운티는 이날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에 긴급 알림과 보도자료를 내고 "전날 밤과 이날 새벽 마우이섬에서 신고된 산불이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위험 지대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불은 마우이섬 유명 관광지인 라하이나 일부를 비롯해 주거단지가 밀집한 쿨라와 키헤이 등지를 덮쳤다.
한밤중 갑작스러운 '화마의 공격'에 주민과 관광객들이 대피하며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마우이 주민은 강한 화염을 피하고자 바다에 뛰어드는 등 긴박한 상황까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해안경비대가 긴급 출동해 이들을 구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을 비롯해 언론들은 보도했다.
미국 적십자사는 마우이 고등학교에 대피소를 열고, 주민과 관광객을 수용하고 있다.
마우이 카운티는 지역 곳곳의 도로와 학교를 폐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서부 지역 모든 도로가 긴급 구조요원과 혼비백산해 대피하는 주민들로 혼잡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게시되기도 했다.
'지상낙원' 같던 해변과 야자수 위로 자욱한 연기구름이 솟아오르는 사진도 빠르게 공유됐다.
아직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AP는 일부 목격자 진술을 인용해 "수백 에이커(1에이커는 약 4천㎡)가 불에 타고, 정전과 휴대전화 불통 사태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대변인을 통해 "호놀룰루 구조 당국이 60대 여성 1명을 화상센터로 옮기는 등 환자들을 긴급 이송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현지 기상 당국은 하와이 인근에 자리한 허리케인 '도라' 영향으로 강풍을 타고 불길이 삽시간에 섬 곳곳으로 번졌다고 분석했다.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큰 빅아일랜드 섬(하와이섬) 역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는 현지 시각 이날 오전 5시 기준 도라가 하와이에서 남남서쪽 방향 약 795마일(1천280㎞)에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호놀룰루 기상청은 하와이 전체에 강풍 경보를 내린 상태다. 지역 기상청은 "시속 45마일(72㎞)의 강한 바람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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