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양자컴퓨팅 등 투자제한 분야에 국내기업 中투자 거의없어
중국 향하던 투자금 한국으로 '반사이익' 가능성 낮은듯
미중갈등 확산·美 '한국동참' 압박 등 불똥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조성미 오규진 김주환 기자 = 미국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양자컴퓨팅 등 중국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은 적용 범위가 미국인 또는 미국 법인으로 한정돼 당장 국내 기업이 영향권에 든 것은 아니지만, 향후 중국의 맞대응 등으로 미중 갈등이 확산하며 불똥이 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발표한 행정명령은 미국의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AI 등 3개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것으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 인수합병(M&A), 법인신설(그린필드), 합작투자 등 방식으로 투자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이번 투자 제한 조치는 앞으로 이뤄질 투자에 적용되고, 적용 범위가 미국인 또는 미국 법인으로 한정돼 당장 국내 업계가 받을 피해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나 양자컴퓨팅의 경우 중국 기술이 아직은 고도화한 수준이 아니어서 국내 기업의 중국 투자는 거의 없는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AI와 반도체, 양자컴퓨팅 등 미국이 제한하는 품목이 우리가 중국에 투자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에게 오는 효과나 피해는 당장 없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공동명의로 된 보도참고자료에서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분석 내용에 따라 필요할 경우 우리 정부 및 업계 의견을 미국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국 관계자는 "양자컴퓨팅 분야의 경우 아직 산업화가 안 된 초기 단계로 아직까지 단기적으로 국내에 미칠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며 "양자 컴퓨팅 센서를 우리가 자체 개발하고 있고 냉동기 같은 경우 제3국인 핀란드에서 들여오고 있어 미중 갈등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으로 갈 자금이 한국으로 온다거나 중국 대신 한국 기업과 연구개발 등의 협력 기회가 생기는 등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 역시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현 상황에서 섣불리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다른 당국 관계자는 "AI 투자 수요가 중국 기업이 아닌 다른 곳을 찾을 수 있고 AI가 아닌 아예 다른 분야로 몰릴 수도 있어서 예측하기는 힘들다"며 "미국이나 제3국 AI 기업이 투자를 받게 되면 우리 경쟁력에 긍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對)중국 견제에 동맹의 동참을 요구하는 미국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향후 한국 정부나 기업에도 어떤 형태로든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행정명령에 반발하는 중국이 또다시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는 등 미중 갈등이 확산하며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주미 중국대사관은 즉각 성명을 내고 "중국과 미국의 기업들과 투자자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며 "중국은 이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우리의 권익을 확고하게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지난 1일 차세대 반도체 원료로 주목받는 희귀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시행한 것처럼 추가 보복이 이어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행정명령으로 미중 간 싸움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더 강화한다든지 하는 조치가 나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국내 반도체와 AI 등의 생태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양팽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분쟁 사이에 끼기보다 평택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을 가속화해서 국내에 우리가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반도체 생태계가 구축된다면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반도체와 클라우드, AI 모델, AI 서비스로 구성되는 AI 생태계 내 각 단계에서 우리 주권을 확보하는 문제를 더 경각심을 가지고 바라볼 때"라며 "그렇지 않으면 가속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 구도 아래서 AI 주권 자체가 종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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