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실거래가 띄우기 기획조사 결과 발표
시세조종 의심 80%가 '집값 급등기' 2021년에 집중…법인 활용한 자전거래도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A씨는 2년간 지방 아파트 4개 단지에서 44채를 매수하고, 41채를 매도하며 실거래가를 허위 신고하는 수법을 써 시세 차익을 얻었다.
그가 전북의 한 아파트를 2021년 6월 1억5천만원이라는 신고가에 매수했다고 신고하자, 1억2천만원에서 머물던 실거래는 한 달 만에 1억3천만원으로 올라왔고,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자 거래 해제를 신고한 뒤 같은 해 8월 다른 사람에게 1억4천800만원에 이 아파트를 팔았다. 신고가 허위 신고로 불과 두 달 만에 아파트값을 수천만원 띄운 것이다.
A씨 거래는 특정 공인중개사가 반복적으로 중개해 공모가 의심된다.
국토교통부가 허위로 높은 가격에 계약을 맺어 실거래가를 높인 뒤 나중에 취소하는 '집값 띄우기'에 대한 기획조사에 나선 결과, 위법 의심행위 541건을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전체 적발 건의 80%가 아파트값 급상승기인 2021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거래된 건이었다.
기획조사 대상은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2년간 이뤄진 아파트 거래 중 신고가로 거래 신고를 하고 장기간 경과한 뒤 거래를 취소하거나, 특정인이 반복해 신고가로 거래한 후 취소한 1천86건이다.
국토부는 거래당사자 간 특수관계가 있는지, 계약서가 있는지 계약금을 수수했는지를 확인해 자전거래·허위신고 의심거래 32건을 포함한 위법 의심사례를 적발했다.
조사 결과 법인을 활용한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가 다수 나왔다.
1인 법인의 대표가 법인에 아파트 3채를 모두 신고가로 매도했다가, 두 달 뒤 계약 해제를 신고하는 식이다. 3건의 거래 모두 계약금을 비롯한 거래대금 지급 내역이 없었고, 한 채는 계약 해제 후 다른 법인에 더 높은 가격으로 팔아 '집값 띄우기'에 성공했다.
법인이 분양 아파트를 직원에게 신고가에 매도한 뒤 추격 매수가 붙어 실거래가가 올라가자 9개월 만에 계약을 해제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 법인은 계약 해제를 신고하기 전 끌어올린 가격으로 법인 보유 주택을 다수 매도했다.
계약 해제 이후엔 법인이 직원에게 계약금을 모두 반환해줘 '법인-법인직원' 사이 자전거래가 의심된다.
국토부는 적발 사례 중 164건은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등으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고, 14건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경찰청에 통보했다. 소득세 탈루 등이 의심되는 429건은 국세청에 알렸다.
아파트 거래 등기부 자료와 거래 신고 자료를 분석해 잔금 지급일 후 60일 내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이 없는 거래 317건은 지자체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미등기 과태료 부과를 위한 지자체 통보 건은 경기도가 84건(26.5%)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12%), 대전(5.0%), 서울(4.4%)이 뒤를 이었다.
허위 거래 신고뿐 아니라 계약 해제 후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정상 거래했지만, 등기신청만 하지 않은 경우도 과태료 대상이다.
오는 10월 19일부터는 재산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거짓 거래 신고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부동산거래신고법상 벌칙 규정이 강화된다.
국토부는 현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부동산 이상거래 선별 고도화 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거래 연결망을 분석해 미등기 거래 중 상습 위반이 의심되는 건에 대해선 허위신고 여부를 직접 조사해 경찰청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등기가 되지 않은 거래를 지자체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받도록 했는데, 대응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특히 같은 중개인, 거래 당사자의 반복 거래, 해제 거래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앞으로 과학적인 분석 방법으로 이상 거래를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부동산거래 불법 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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