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중동지역 국가인 레바논과 쿠웨이트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 등으로 영화 '바비' 상영을 금지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하마드 모르타다 레바논 문화부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바비'가) 동성애와 성전환을 조장한다"면서 가족의 중요성을 약화해 "신앙과 도덕의 가치에도 모순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열을 담당하는 내무부 산하 보안 기관에 상영 금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바비'는 바비 인형을 소재로, 주인공 바비가 이상적인 '바비랜드'를 떠나 현실 세계로 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할리우드에서 배우·감독·작가로 활약하는 그레타 거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페미니즘과 현실 풍자를 가미했다.
상영 금지 조치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모르타다 장관이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앞서 동성애가 레바논에 '임박한 위험'을 제기한다면서 동성애를 조장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을 레바논 당국에 촉구했다.
레바논은 2017년까지만 해도 아랍국가 중 처음으로 성소수자 퍼레이드 주간을 여는 등 보수적인 중동 지역에서 '성소수자의 안식처'로 여겨졌으나 지난해 LGBT 관련 모임 등을 금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비영리 시민단체 '사미르 카시르 재단'의 아이만 마나는 "이는 헤즈볼라, 기독교 극우파, 기타 최고 종교 지도자들을 한데 모으는 성소수자 (문제에) 적대적인 광범위한 캠페인의 일부"라고 비판했다.
레바논에 이어 쿠웨이트도 공공 윤리와 사회적 전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바비' 상영을 금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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