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브랜드 추격에 맞서 혼다·닛산·마쓰다 등 사업 재정비
전기차 출시 일정 앞당기는 등 생존 위해 안간힘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일본 자동차제조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중국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향후 몇 년이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에서 이들의 생존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에 따르면 서구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프리미엄 가솔린 모델을 판매해온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현지 브랜드에 밀려 오랫동안 지켜온 자동차 시장을 잃어가고 있다.
이들은 이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전기차 출시 일정을 앞당기는 등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내년 3월 말까지 80만대의 차량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3개월 전 전망치보다 33만대가 줄어든 것이다.
닛산은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지난해 동기보다 25% 줄어든 35만9천대를 판매했다면서 매출 회복을 위해 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예정보다 앞당겨 출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사업이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 같은 조기 출시가 우리의 생존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혼다자동차의 히로세 마사하루 재무총괄은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 격화로 올해 중국에서 140만대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혼다는 지난 4월, 중국의 전기화 계획을 5년 앞당겨 2035년까지 중국에서 전기차만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쓰다는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 차량의 절반 정도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제프리 가이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5년을 목표로 중국에서 전기차 라인업 확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철수할 계획은 없으며, 회복을 위해 긴급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달 판매 부진으로 중국 합작사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도요타자동차는 그나마 하이브리드 차의 비교적 견조한 수요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차량 판매가 3% 감소하는 데 그쳤으나 역시 현재 개발 운영체계를 재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 참석했던 일본 자동차제조업체 경영진들은 중국의 전기차 발전 속도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이를 '차이나 쇼크'라고 부를 정도였다고 WSJ은 전했다.
일본 도쿄의 자동차 컨설팅회사 나카니시 연구소의 나카니스 다카키 대표는 이번 회계연도 중국이 도요타와 혼다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이전 회계연도의 12%와 16%에서 6%와 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금까지 중국과 미국 시장 판매 중심으로 성장해온 일본 자동차산업이 핵심시장 가운데 한 곳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다른 해외브랜드와 함께 판매량 기준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수십년간 호황을 누려왔다.
그러나 최근 전반적인 자동차 수요가 정점에 달한 가운데 남은 성장 분야인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시장은 비야디(比亞迪·BYD)와 같은 현지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에 따라 올해 중국 현지 업체들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브랜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현지 브랜드는 자동차 도매시장의 54%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동기에는 48%였다.
중국은 또 앞서 2025년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판매 비중 목표를 전체 신차의 20%로 제시했으며, 지난해 이미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WSJ은 전했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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