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어채널 앵커 출신…2020년 8월부터 옥살이
"나무 한 그루 본 적 없어…아이들 그리워"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3년 전 중국 본토에서 구금된 중국계 호주 언론인 청레이(48)가 1년에 햇빛을 단 10시간만 볼 수 있는 곳에 갇혀 있다며 처음으로 자신의 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청레이의 연인인 전 중국 호주상공회의소 회장 닉 코일은 10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에 출연해 호주 외교관에게 전달받은 청레이의 편지를 읽었다.
이에 따르면 청레이는 구금된 이후 나무 한 그루도 본 적이 없다며 "태양이 그립다. 내 감옥의 창문에는 1년에 10시간만 햇빛이 들어온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과 아들이 무척 그립다며 호주에서의 일상으로 돌아가길 희망했다. 그의 딸은 현재 고등학생이며 아들은 내년에 고등학교에 진학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페니 웡 호주 외교부 장관은 청레이와 그의 가족을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다며 "그의 메시지는 호주에 대한 그의 깊은 사랑을 보여주며 모든 호주인은 그가 자녀와 재회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에 "국제 규범에 따라 절차적 공정성, 인도적 대우 등을 청레이에게 충족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코일 전 회장은 지난해 9월부터 그가 자신에게 편지를 쓸 수 있었다며 이번 성명은 호주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지난달 27일에 작성된 것이다.
청레이는 중국 태생으로 10세에 가족과 호주로 이주했다. 호주 시민권자인 그는 호주에서 일을 하다 2003년부터 베이징에서 중국중앙(CC)TV 기자로 활동했고, CCTV의 영어방송 채널 CGTN의 앵커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2020년 8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 활동을 한 혐의"로 그를 구금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베이징 법원에서 비공개 재판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어떤 판결도 내려지지 않고 있다. 또 가족들과 만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 주재 호주 외교관과 매달 정기적으로 30분간 면담하는 것만 가능하다.
이에 호주 정부는 중국 당국에 청레이의 사건 처리 지연에 대한 우려를 전하며 청레이와 가족의 만남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중국은 청레이 외에도 중국계 호주 작가 양헝쥔도 2019년 1월 간첩 혐의로 체포해 판결 없이 구금하고 있다.
두 사람의 구금은 호주와 중국이 첨예한 갈등을 빚던 와중에 벌어져 중국이 '인질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국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두 사람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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