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공장으로 배출 후 재활용…검찰 "처리 안 된 원폐수 사용은 불법"
오일뱅크 "물 부족에 따른 공업용수 재활용…환경오염 발생 안해"
(의정부·서울=연합뉴스) 최재훈 김아람 기자 = 유해 물질인 페놀이 기준치 이상 포함된 재활용수를 계열사 공장 등으로 무단 배출한 HD현대오일뱅크의 전 대표이사 등 임직원 8명이 기소됐다.
의정부지검 환경범죄 합동 전문수사팀(어인성 환경범죄조사부장)은 11일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 전 대표이사 A(64)씨 등 8명과 현대오일뱅크 법인을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자사 대산공장(이하 대산공장)에서 배출된 페놀 및 페놀류 포함 폐수를 계열사 공장으로 배출했다.
2019년 10월∼2021년 11월까지 대산공장의 폐수 배출시설에서 나온 페놀 및 페놀류 함유 폐수 33만톤이 자회사인 현대 OCI 공장으로 배출됐다.
2016년 10월∼2021년 11월에는 페놀 폐수를 자회사 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배출하기도 했다.
또, 2017년 6월∼2022년 10월 대산공장에서 나온 페놀 오염수 130만톤을 방지시설을 통하지 않고 공장 내의 가스세정 시설 굴뚝으로 증발시킨 점도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 사건의 쟁점은 폐수를 외부가 아닌 인접한 계열사 공장으로 보낸 것이 물환경보전법상 '배출'에 해당하는지였다.
올해 1월 환경부에서 해당 사안으로 현대오일뱅크에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통지했을 때 회사 측은 "폐수를 공업용수로 재활용한 것으로, 재활용 후 적법한 기준에 따라 방류해 환경오염이나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최초 만들어진 폐수를 배출허용기준 이내로 처리 후 재사용한 것은 적법하나 처리 안 된 '원폐수'를 다른 시설로 보내 재사용한 것은 불법 배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페놀 같은 독성이 강한 폐수는 방지 시설을 거치지 않고 원사업장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행법의 명확한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재사용된 폐수 중 냉각수로 사용된 폐수에서 발생한 증기가 외부로 유출됐다고 봤다. 다만 증기로 유출된 페놀의 함유량은 현실적으로 측정이 어려워 특정되지는 않았다.
물환경보전법 및 시행규칙상 페놀과 페놀류의 허용 기준은 페놀 1㎎/L, 페놀류는 3㎎/L다.
HD현대오일뱅크 폐수배출시설서 배출된 폐수는 페놀 최대 2.5㎎/L, 페놀류 최대 38㎎/L로 조사됐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 측이 약 450억원의 폐수처리장 신설 비용과 자회사 공업용수 수급 비용 절감을 위해 폐수를 불법 배출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수사를 통해 대표이사 A씨 등의 관여를 확인해 기소했다.
이 같은 검찰 수사 결과에 HD현대오일뱅크는 "이번 사안은 물 부족에 따른 공업용수 재활용 건으로 위법의 고의성이 없고 실제 환경 오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추후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미 사용한 공업용수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재활용수를 폐쇄 배관을 통해 대산공장 내 계열사 설비로 이송해 사용했고, 방지시설을 통해 적법한 기준에 따라 최종 폐수로 방류했다"며 "국민건강과 공공수역을 비롯한 환경에 어떠한 위해도 끼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대산지역에서 극심한 가뭄으로 공업용수를 정상 공급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재활용수를 사용했다"며 "공업용수 재활용은 물 부족 지역에서 용수의 절대 사용량을 줄이고 그에 따라 폐수 용량을 줄이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jhch793@yna.co.kr,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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