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세계태권도대회 북한선수단 파견과 연계해 추진"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북한이 주중 대사관에 수용 중인 북한 유학생 수백명을 조만간 북한으로 귀국시킬 계획이라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11일 전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베이징의 주중대사관 내 기숙사에서 체류 중인 유학생 300∼400명을 곧 북한으로 들여보낼 계획"이라며 "이달 15일을 전후해 송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일부 유학생은 이미 단둥에 도착, 북한 영사사무소가 마련한 숙소에 분산 수용돼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유학생들을 베이징에서 단둥으로 이동시킨 뒤 귀국시킬 것"이라며 "단둥에서 열차로 들여보낼지, 버스를 이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내에서 범법행위를 하다 적발된 중국 내 북한 인력도 이번에 함께 송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범법 행위로 적발된 북한인 가운데는 지난 5월 옌볜조선족자치주에서 규정을 어기고 영업하다 현지 북한 보안요원들에게 적발된 3∼4개 북한 음식점 종업원과 책임자 30여 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적발 직후 주중대사관으로 불려 갔으며, 해당 음식점들은 폐쇄된 상태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은 북한 유학생들과 범법자들의 송환이 카자흐스탄 세계태권도 대회 선수단 파견과 연계돼 추진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이달 19∼26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세계선수권대회에 100여 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ITF를 통해 동구권 국가에 태권도를 보급하며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북한 선수단은 오는 15일 전후로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넘어온 뒤 열차로 베이징으로 이동, 주중 대사관 기숙사에서 하루가량 머물고 항공편으로 카자흐스탄으로 떠나게 될 것으로 소식통들은 관측했다.
소식통들은 선수단을 중국으로 운송한 열차나 버스가 유학생 등 중국 내 북한인들을 실어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보안상의 문제로 중국에서 북한 선수단을 수용할 곳은 주중대사관 기숙사밖에 없지만, 기숙사는 유학생들로 포화 상태"라며 "이참에 졸업한 뒤 중국에 장기 체류 중인 유학생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주중 북한대사관 내에는 400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중국을 일시 방문하거나, 해외를 오가기 전에 잠시 머무는 북한인들이 머무는 용도였으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 3년간 중국 내 대학에서 유학을 마친 뒤 국경 봉쇄로 귀국하지 못한 유학생들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2020년 1월 국경을 봉쇄하고 인적 왕래를 전면 중단하다 작년 1월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하고, 올해 들어 원정리∼중국 훈춘, 난핑∼중국 무산 통상구에 대해 제한적으로 화물트럭 운행을 재개했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치른 '전승절(정전협정 기념일)' 70주년을 맞아 국경 폐쇄 이후 처음으로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했다.
북한이 이번에 ITF 세계선수권대회 선수단을 파견하고, 중국 내 유학생 등을 귀국시키면 국경 봉쇄 이후 3년 8개월 만에 첫 북·중 국경 간 대규모 인력 왕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전면적인 국경 개방과 전면적인 인적 왕래가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북한 전문 여행사인 베이징의 '고려투어'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북한이 조만간 국경을 공식 개방할 것"이라며 "우선 중국 내 북한인들에게 개방되고, 머잖아 관광객들에게도 문호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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