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 등 기술 발전에 수요 지속 증가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자동차가 동력기관을 중심으로 한 '기계'에서 수많은 반도체를 장착한 '전자장비'로 탈바꿈하는 가운데 차량용 고성능 반도체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10㎚(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 경쟁이 본격화하는 추세다.
기존의 차량용 반도체는 모바일 기기나 PC 용도로 쓸 수 없는 30㎚ 이상의 레거시(구형) 공정에서 주로 양산됐으나, 이제는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한 고성능 칩으로 변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 인포테인먼트 등 전자장비를 기반으로 한 차량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고성능 반도체 수요도 증가한다.
삼성전자가 2025년 현대자동차그룹에 공급할 예정인 차량용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은 5㎚ 공정 기반 반도체다.
종전보다 향상된 성능으로 최대 12개의 카메라 센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고, 그래픽 처리 성능도 전보다 최대 2배 빨라졌다. 고화질 멀티미디어나 고사양 게임 구동 등까지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2027년에는 2㎚ 공정을 차량용 반도체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테슬라는 2019년 반도체 설계 분야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가 주축이 돼 자율주행 시스템 하드웨어 'HW 3.0'을 자체 개발하면서 10개 안팎의 14㎚급 고성능 반도체와 이를 연결하는 중앙집중형 아키텍처(구조)를 완성했다.
내연기관차는 부품·기능별로 나뉜 수십∼수백개의 전자제어장치(ECU)와 길게는 3㎞에 이르는 와이어링 하네스(전선 뭉치)가 필요했는데, 테슬라는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를 단순화하는 데 성공했다. HW 3.0에서 발전한 HW 4.0에는 삼성전자의 7㎚ 공정에서 양산하는 반도체도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최근 독일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28㎚급 공정뿐 아니라 12·16㎚ 공정까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독일 자동차업계가 10㎚대 차량용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길이 열릴 전망이다.
통상 반도체는 공정이 미세화할수록 더 작아지고 발열량도 감소한다. 전동화 전환이 가속하는 시대에 자동차업계가 초미세 반도체에 관심을 두는 것도 전기차 성능 향상과 관련이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업계가 초미세 반도체에 주목하는 것은 더 작고 발열에 따른 성능 저하를 막을 수 있는 고성능 반도체를 탑재해야 전기차 기술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635억달러(약 84조원)를 넘어섰고, 2026년에는 962억달러(약 127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