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공동체 군참모총장 회의, '러시아 반발' 속 연기

입력 2023-08-12 18:42  

서아프리카공동체 군참모총장 회의, '러시아 반발' 속 연기
"다음 주 가나서 개최 계획"…니제르서 쿠데타 지지 집회
군사개입시 분쟁 확산 우려…서방-중·러 대결 구도 가능성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니제르 사태 해결을 위한 군사 개입에 대비해 대기 병력의 가동을 승인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에코와스)가 후속 논의를 위한 군참모총장 회의를 돌연 연기했다.
에코와스의 니제르에 대한 군사 개입 움직임에 러시아가 대치의 장기화 등을 경고한 이후 연기된 것이어서 배경이 주목된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현지 군 소식통은 이날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열릴 예정이던 에코와스 군참모총장 회의가 "기술적인 이유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에코와스 대변인은 "각국 군참모총장들이 향후 며칠 안에 만나 니제르에 대한 군사 개입에 대비한 계획을 준비할 것"이라며 "회의는 다음 주에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에코와스는 지난 10일 긴급정상회의에서 니제르의 헌정 질서 복구를 위한 군사 개입에 대비할 수 있도록 대기 병력의 배치를 승인한 데 이어 대기 병력의 가동과 배치를 위한 최적의 선택지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회의를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공식적으로는 니제르 군부의 쿠데타를 지지하지 않는 러시아 외무부는 전날 성명에서 니제르에 대한 군사 개입이 대치의 장기화와 사헬(사하라 사막 이남 주변) 전역의 급격한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코와스 대기 병력의 규모와 배치 장소, 시기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분쟁 전문가들은 나이지리아 주도로 5천명 안팎의 규모로 병력이 구성될 가능성이 있으며 배치까지는 수 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파병 의사를 밝힌 국가는 세네갈과 베냉, 시에라리온, 코트디부아르 등에 불과하다. 코트디부아르는 850명의 대대 병력을 지원하겠다며 유일하게 파병 규모까지 명시했다.
그러나 의장국인 나이지리아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가 구체적인 언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 밖에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는 니제르에 대한 군사 개입을 자국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고, 기니와 카보베르데도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감비아와 라이베리아는 군사 개입 동참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한편 전날 니제르 수도 니아메 인근의 프랑스군 기지 주변에서는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민 수백 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프랑스 타도, 에코와스 타도' 등 구호를 외쳤고, 니제르 국기와 러시아 국기를 흔들었다. 알자지라 방송의 관련 보도 영상에는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진이 담긴 피켓을 든 시민도 보였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니제르에서 지난달 26일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대통령 경호실장이 주도한 군사정변(쿠데타)이 발발한 이후 서아프리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내부 권력 다툼으로 촉발된 쿠데타는 에코와스의 군사 개입 경고에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군정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지역 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은 사태 회복을 위한 에코와스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은 외세의 개입이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에코와스가 군사 개입에 나설 경우 분쟁이 인접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방 대 러시아·중국의 대결 구도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니제르는 사헬 지역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소탕을 위한 프랑스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전략적 요충지로, 프랑스군 1천500명과 미군 1천100명을 포함해 독일, 이탈리아 등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프랑스군은 쿠데타로 군정이 들어선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 러시아와 바그너 그룹 용병의 영향력이 커지자 양국에서 모두 철수하고 거점을 니제르로 옮겼다.
hyunmin6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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