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대란' 마우이섬 동물보호소 "구조 요청 수천건 쇄도…도움 절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하와이 마우이섬을 덮친 화마로 집이 불탄 이재민 수천명이 속출하는 와중에 주민들이 미처 데려가지 못한 반려동물 수백마리도 잿더미를 헤매며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하와이의 대표적 동물 보호소인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12일(현지시간)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집에 두고 온 반려동물을 걱정하는 주민들로부터 수천건의 이메일, 전화, 댓글, 다이렉트 메시지(DM)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반려동물을 어쩔 수 없이 두고 나와야 했거나 화재 속에서 반려동물을 잃어버렸다며 동물을 찾아줄 수 있는지를 가장 많이 물어보고 있다고 보호소는 전했다.
보호소 측은 반려동물의 행방을 찾는 주민들에게 "라하이나 진입이 허가되는 대로 들어갈 예정"이라며 "우리 단체 홈페이지에서 분실 신고서를 작성해달라. 그래야 우리가 누구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불길 속에 가까스로 집을 빠져나왔지만 미처 반려동물을 데려오지 못한 주민들이 온라인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날 보도했다.
한 주민은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 세마리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정말 가슴이 아프다. 만약 고양이들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불이 바로 뒤까지 번져 너무 급하게 떠났다"고 호소했다.
개 두 마리를 키우는 다른 주민도 반려견의 사진을 올리고 "우리가 무엇보다 사랑하는 래브라도들을 찾아달라"며 "우리 개들은 다정하고 사랑스럽지만, 겁에 질려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화재에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마셨거나 대피 과정에서 잃어버린 동물이 수백 마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주민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동물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고 '이산가족' 찾기를 돕고 있다.
한 주민은 페이스북에 토끼의 사진과 함께 "라하이나 코모마이 가에서 발견됐다. 털과 수염이 탔지만 안전하고 건강하다"며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에 맡겼다"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8일 저녁에는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은 개 한마리가 구조됐으며 현재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돌보고 있다.
하와이 마우이섬을 덮친 산불로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80명에 달하며 이재민은 수천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8일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지면서 섬을 집어삼켰고 특히 서부 해안의 라하이나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이번 화재로 수천명의 사람과 동물들이 이재민이 돼 큰 고통을 겪고 있으며 지역 사회의 연대가 절실하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미 보호소는 수용 한계를 초과했으며 화재로 들어오는 반려동물을 돕기 위한 공간과 물품 등이 극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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