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참사 닷새째 집계…피해 규모 8조원 육박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권수현 기자 = 미국 하와이 산불 사망자가 12일(현지시간) 현재 93명으로 불어나면서 미국에서 100여년 만에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산불 참사로 남게 됐다.
로이터와 AP 통신 등에 따르면 하와이주 라하이나 카운티는 마우이섬 등을 덮친 산불 닷새째인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사망자가 최소 9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앞서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다들 이에 대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이번 하와이 산불은 미국에서 이전에 피해 사례를 뛰어넘어 100여 년 만에 최악의 산불로 남게 됐다고 AP는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2018년 캘리포니아 북부 패러다이스 마을에 산불이 번져 85명이 숨진 것이 근래 최악의 피해 사례였다.
앞서 1918년에는 미네소타주 북부 칼턴 카운티 등을 덮친 산불로 주택 수천채가 불타고 453명이 숨졌다.
하와이로 국한해도 이번 산불은 1960년 61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를 뛰어넘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참사다.
당국은 라하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수색대와 탐지견을 투입해 구조와 사체 수습을 개시했다.
전소된 집터마다 수색대가 다녀간 곳에는 주황색 'X' 표시가, 사람이 숨진 흔적이 있으면 유해를 뜻하는 'HR'(human remains) 글자가 남겨지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하지만 수색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존 펠레티에 마우이 카운티 경찰국장은 희생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투입된 탐지견들이 대상 지역의 3% 정도에서만 수색을 진행한 상태라고 말했다.
펠레티에 국장은 또한 "사망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오늘로 2명"이라며 수색과 신원확인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전했다.
마우이섬에서는 지난 8일 시작된 산불로 해변까지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이날 현재까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라하이나 지역에서 불에 탄 면적이 총 2천170에이커(8.78㎢)에 이르며 주택 등 건물 2천200여채가 부서졌다.
그린 주지사는 재산피해 규모가 60억 달러(약 7조9천900억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웨스트 마우이에서만 2천200개 구조물이 파괴·파손됐으며 그중 86%가 주거용 건물이다.
그는 이번 산불 피해가 컸던 데에는 기후변화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 주지사는 "우리는 수십년 동안 산불을 경험해 왔지만 지구 온난화와 허리케인 상황에서 산불을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온난화와 변화한 폭풍이 상황을 바꾸고 있지만 이런 것을 겪어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린 주지사는 웨스트 마우이 지역을 재건하고 관광업이 평소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우리는 하와이를 함께 재건할 것이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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