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폴란드 집권여당인 법과정의당(PiS)이 유럽연합(EU)의 '신(新)이민·난민 협정'에 따라 '수천명의 중동·아프리카 출신 불법이민자를 받아들일지'를 놓고 국민투표를 추진한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서 폴란드에서 국회의원 총선거가 이뤄지는 오는 10월 15일 이런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EU의 신이민·난민 협정은 회원국 인구 및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따라 난민 신청자를 일정 비율에 따라 의무적으로 나눠서 수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수용을 거부하는 국가는 난민 1인당 2만 유로(약 2천800만원) 상당의 기금을 강제로 내야 한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 영상을 통해 이번 국민투표에서는 "당신은 유럽의 관료주의가 부과한 강제 이주체계에 따라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온 수천명의 불법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을 지지합니까"라는 질문을 놓고 투표하게 된다고 밝혔다.
영상에서는 이어 서유럽 거리에서 폭력과 차량 방화 장면을 보여준다. 이어 PiS 대표가 "여러분은 이런 장면이 폴란드에서도 일어나기를 원하는가. 여러분은 조국의 주인이기를 멈추고 싶은가"라고 묻는다.
PiS는 앞서 2015년 집권 당시에도 선거 캠페인에서 이민을 내걸어 지지율을 끌어올린 바 있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웃 국가 우크라이나에서 대체로 백인이자, 기독교도인 난민 100만명 이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폴란드 당국은 무슬림을 비롯해 다른 문화권의 이민자는 폴란드의 문화적 정체성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앞서 2020년 9월 EU 집행위가 발의한 신이민·난민 협정 초안은 3년간 진통을 거듭하다가 지난 6월 초 내무장관회의에서 만장일치 대신 가중다수결 투표로 잠정 합의된 바 있다.
이미 잠정합의가 도출된 만큼, 현재로선 당시 합의를 뒤집을 만한 수단이나 법적 근거는 희박하다.
다만, 같은 달 말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폴란드와 헝가리가 어깃장을 놓으면서 공동성명에 난민 관련 부분이 아예 빠졌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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