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중국 양자 컴퓨팅 연구 대부분 국가가 지원"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이 중국의 양자 기술을 겨냥해 규제 조치를 내놓았지만,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양자 기술의 국산화를 밀어붙이고 있어 미국 측 규제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루이스 수석 부소장은 이 매체에 "미국의 투자 규제로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겠지만 중국이 자체 양자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부소장은 "중국은 스스로 매우 잘해왔다"며 "새 규제가 (발전) 속도를 다소 늦추겠으나, 어떻게 해도 그들을 막지는 못한다"고 전망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의 사모펀드와 벤처 캐피털 등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당 분야에서 중국에 투자를 진행하려는 기업들은 사전에 투자 계획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투자 금지를 포함한 규제 권한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이 가지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군사·정보 관련 핵심 기술 면에서 국가 위기 상황임을 선언한다"며 "일부 미국 자본의 (중국)투자가 이 같은 위험을 한층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자 기술은 양자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해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능을 가능하게 할 획기적 기술이다.
양자컴퓨터 프로세서는 데이터를 동시다발로 처리할 수 있어 현존하는 전통 컴퓨터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풀 수 있는 '꿈의 기술'로 불린다.
또 양자 통신은 물리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해 유선·무선·위성 통신에서 초(超)신뢰도 암호통신을 실현할 수 있게 한다.
군사적으로는 잠수함과 스텔스 항공기를 탐지하는 레이더 개발,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는 암호의 해독 등이 가능해진다.
루이스 부소장은 "해당 행정명령은 중국군의 현대화에 대한 대응"이라며 "중국군이 이 신흥 기술을 습득하는 속도를 늦춰 미국이 어느 정도 우위를 유지할 수 있길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2016년 8월 세계 첫 양자통신 위성 '모쯔'(墨子·묵자)호를 발사하는 등 양자 과학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다.
과학계에서는 중국이 양자 암호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고 평가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2021년 11월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퀀텀C텍 등 12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모두 양자 컴퓨터와 관련한 업체다.
지난 6월 중국 과학자들은 자국 양자 컴퓨터 지우장(九章)이 인공지능(AI)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작업을 세계 최강 슈퍼컴퓨터보다 1억8천만배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고 SCMP는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코퍼레이션의 에드워드 파커 과학자는 중국의 양자 컴퓨팅 연구는 대부분 미국 투자가 아닌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미중 간 첨단 기술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SCMP에 "중국 양자 기술 발전에 대한 (미국 규제의)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중국에서 양자 기술에 집중하는 민간 기업들은 해당 분야의 주요 주자들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양자 기술 분야 주요 발전의 대부분은 대학과 국가 실험실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들은 아마도 미국 투자사보다는 중국 정부로부터 대부분의 자금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양자 컴퓨팅은 미국과 중국 정부 모두에 전략적 우선 사항이지만, 매우 장기적인 게임이다"라며 "심지어 앞으로 10년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양자 컴퓨팅에서 어느 나라가 승리했는지 모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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