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지표인 장단기 국채 수익률곡선은 여전히 '역전'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미국 경제가 고용시장 붕괴 등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극복하는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조금씩 완화되면서 경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업종별로 상황에 대한 진단과 전망이 상당히 엇갈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선 외식업계, 게임업계, 금융권 등은 전방적으로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의견을 냈다.
패스트푸드 업체 웬디스의 재무 책임자인 건서 플로시는 지난 9일 실적 발표에서 "기껏해야 약간의 경기 침체가 예상되며 아예 경기 침체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가처분 소득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대형 게임회사 테이크투 인터렉티브의 스트라우스 젤닉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지난해 내내 어려움을 겪었지만, 비디오게임 회사들의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미국 금융투자업계도 주가가 꾸준히 상승함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착륙을 이뤄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대형은행들은 계속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와 기업이 계속해서 돈을 쓰거나 빌리고 있다고 말한다고 WSJ은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2.4%로 집계되는 등 지난 1분기(2.0%)보다 크게 높아졌고 물가 상승세는 주춤해지고 있다.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 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3%)보다 소폭 밑돌았다.
앞서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해 5월(4.0%) 대비 상승 폭이 1%포인트나 둔화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둔화세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 2%를 향해 순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광고주, 부동산, 기술업체,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계속되는 슬럼프에 빠져있다고 하소연했다.
광고업체 라마르의 CEO인 숀 라일리는 광고판이나 운송-디스플레이 관련 고객들이 계약 갱신이나 신규 계약 체결에 다소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회사들은 금리 인상에 대해 더 큰 부담을 갖고 있다.
보스턴 자산의 CEO인 오언 토머스는 최근 자신의 회사에 올해 말 경기 침체 발생 시나리오에 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침체 진단지표 중 하나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의 장단기 수익률 곡선은 여전히 역전돼 있는 상황이다. 현재 2년물 국채와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각각 4.9%, 4.17% 수준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단기물인 2년물이 장기물인 10년물보다 보다 수익률이 높은 상태로 거래됐는데 최근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역전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개 시장에서는 이 같은 장단기 수익률 역전 현상을 향후 경기침체의 신호로 판단한다.
이에 대해 WSJ은 "장단기 국채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다고 해서 반드시 경기침체가 보장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며 "연준은 과거에도 금리를 올렸다가 내린 후 경기 침체를 피해 나간 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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