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푸틴 타협 모색함으로써 겨울쯤 협상 열릴 가능성 희박"
전문가 "초기 빠른 전개 이후 긴 교착 이어진 6·25 양상과 유사"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전쟁(1950∼53년)을 닮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침략을 당한 쪽이 파상공세로 반격했지만, 침략국을 굴복시키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채 장기 교착 상태를 이어간 6·25전쟁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영토를 탈환하려는 우크라이나의 현재 공세는 앞으로도 여러 달이 걸릴 수 있다"며 "서방 전역의 군사 전략가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이미 내년 봄 공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이러한 상황 변화는 중대 돌파구가 없는 한, 러시아의 침략군을 몰아내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전투에 시간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올해 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낙관론자들은 전쟁 초반 러시아군이 예상 밖으로 고전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밀어붙이길 희망했으나, 서방이 지원한 탱크와 장갑차들을 앞세워 러시아군을 몰아내려는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이 현재 정체 상태라고 WSJ은 진단했다.
WSJ은 "군 지도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은 앞으로 몇 달 안에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지, 그리고 장기화할 분쟁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쟁이 수렁에 빠진 것으로 판단한 각국 정치인과 유권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시큰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우크라이나와 서방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WSJ은 짚었다.
WSJ은 "미국과 그 밖의 서방국가 관리들은 우크라이나의 중대한 돌파구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어 그가 모종의 타협을 위한 진지한 대화로 나오게 함으로써 이르면 올해 겨울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길 희망해왔지만 이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외교관들은 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WSJ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점령지)에서 물리적 방어를 강화하고, 군인을 더 늘리고, 탄약과 무기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며 "서방도 군수 생산에 박차를 가하며, 장기간의 소모전에 대한 전망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미국 국방부와 연계된 싱크탱크인 해군분석센터의 러시아 전문가 드미트리 고렌부르크는 "이 전쟁은 초기 수개월간 전선에서의 빠른 움직임, 그 이후의 상대적 정체라는 측면에서 한국전쟁과 유사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진단한 뒤 "그러나 양측이 그것을 깨닫기까지 수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1950년 6월 시작해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체결됐지만 이후 기술적으로 전쟁이 종결되지 않은 채 휴전선 양쪽에서 장기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전쟁의 양상을 닮을 수 있다는 것이 고렌부르크의 분석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갈등, 영국의 통치에 대한 거센 저항이 장기간 지속된 북아일랜드 상황 등이 우크라이나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WSJ은 소개했다.
다만 서방의 선진 훈련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예비역 미 육군 소장이자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차장보인 고든 데이비스는 "우크라이나군에서 가장 잘 훈련된 병력 중 일부만 공세에 가담했으며 나토군이 훈련시킨 6만명 이상의 우크라이나군 중 일부만 복잡한 기동 훈련을 받았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우크라이나군과 지휘관들이 서방의 선진 훈련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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