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검찰청장 시절 사문화된 RICO법 적극 활용…마피아 보스 단죄해 명성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 조지아주(州) 검찰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조직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리코'(RICO)법을 적용하면서 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검사 시절 활약상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줄리아니 전 시장은 검사 시절 'RICO법의 화신'으로 평가받았다.
RICO는 마피아와 같은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데 사용하라는 취지로 1970년에 제정됐지만, 실제 수사 현장 검사들은 피의자 기소 과정에서 RICO법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검사들의 외면으로 사문화된 RICO법을 사실상 부활시킨 것은 줄리아니 전 시장이었다.
1983년에 맨해튼 연방검찰청장 자리에 오른 줄리아니는 당시 악명 높았던 뉴욕의 마피아 보스들을 상대로 RICO법을 적용해 유죄를 끌어냈다.
1987년에는 마피아 보스 3명과 간부 4명이 RICO법의 적용을 받아 각각 징역 100년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당시 줄리아니는 "RICO법이 없었다면 유죄 평결과 중형 선고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하들에게 범죄 실행을 명령한 뒤 자신은 무관한 것처럼 뒤에서 이익만 챙기는 범죄조직 보스를 단죄하는 데에는 RICO법이 가장 유효하다는 이야기였다.
특히 줄리아니는 RICO법을 마피아 등 전통적 의미의 범죄조직 외에 화이트칼라 범죄에까지 확장 적용한 선구자로 불린다.
부실채권 판매로 막대한 이득을 취한 월스트리트 금융업체에도 RICO법을 적용해 기소했기 때문이다.
RICO법을 이용해 마피아 보스뿐 아니라 화이트칼라 범죄까지 단죄하는 검사 줄리아니의 활약은 뉴욕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는 결국 1993년 뉴욕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줄리아니는 조지아에서 RICO법의 적용을 받는 신세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대선 결과를 뒤집는 데 다른 측근들과 함께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검찰의 판단이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검찰의 기소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뉴욕의 민주당 컨설턴트인 행크 세인코프는 "줄리아니는 뉴욕 거리에서 조폭을 청소하고, 범죄집단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정직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로 유명해졌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인물이 됐다"고 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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