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태권도선수단 수송한 듯…단둥 도착해 北영사사무소 차량 따라 이동
베이징 거쳐 카자흐스탄行 예상…北대사관 체류 북한인 귀국도 이뤄질 듯
(단둥=연합뉴스) 박종국 정성조 특파원 = 북한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경 문을 닫은 지 3년 7개월 만에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잇는 압록강철교(중국 명칭은 중조우의교)를 통해 버스 행렬이 오간 것으로 16일(이하 현지시간) 포착됐다.
이날 오전 10시 15분께 녹색 버스 2대가 북중 접경 지역인 단둥을 출발해 압록강철교 건너 신의주에 도착했다가 11시 20분께 단둥으로 돌아왔다.
대북 소식통들은 이들 버스가 카자흐스탄에서 19∼26일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선수권대회와 연관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ITF를 통해 동구권 국가에 태권도를 보급,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북한은 이번 세계선수권에 100여명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단둥에 도착한 북한 선수단은 60∼70명 규모로 추정됐다.
이들은 단둥 해관(세관)에 도착해 입국 수속을 밟은 뒤 미리 준비된 다른 버스 두 대에 나눠타고 단둥역 방향으로 떠났다. 북한에서 선수들을 싣고 온 녹색 버스들은 반대편인 압록강 쪽으로 갔다.
이날 중국 소셜미디어(SNS) 더우인(틱톡의 중국 버전)에 퍼진 단둥 해관 영상을 보면 북한 선수들은 흰색 반팔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을 똑같이 맞추고 버스에 올랐다. 마스크를 착용한 선수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차량 행렬 선두에는 '133' 번호판을 단 검정색 승용차가 있는데, 이는 북한 영사사무소에서 쓰는 번호로 확인됐다.
북한 선수단은 이날 열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이동한 뒤 항공편으로 카자흐스탄으로 떠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등 외신들도 오랜만에 이뤄진 인적 교류에 관심을 보였다. 일본 교도통신은 자체 취재를 통해 "카자흐스탄 국제 태권도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로 보이는 수십명이 단둥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교도는 이들이 버스를 타고 압록강철교를 건넘으로써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후 처음으로 해외에 파견된 북한 스포츠팀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3년여 만에 북한에서 외국으로 출국하는 대규모 인적 이동이 재개된 만큼 중국에 체류 중인 유학생 등 북한인들이 곧 단체로 귀국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베이징의 중국 주재 대사관에 체류 중인 유학생 300∼400명을 북한으로 들여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중 북한대사관 내에는 400여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당초 중국을 일시 방문하거나 해외를 오가는 북한인들이 잠시 머무는 용도였다.
그러나, 현재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 3년간 중국 내 대학에서 유학을 마친 뒤 국경 봉쇄로 귀국하지 못한 유학생들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은 중국 내에서 범법 행위를 하다 적발된 북한 인력 역시 이번에 함께 송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적발된 북한인 가운데는 지난 5월 옌볜조선족자치주에서 규정을 어기고 영업하다 현지 북한 보안요원들에게 적발된 3∼4개 북한 음식점 종업원과 책임자 30여 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적발 직후 주중대사관에 불려 갔으며, 해당 음식점들은 폐쇄된 상태로 전해졌다.
여름철 관광 '대목'을 맞아 중국인 여행객들로 북적인 압록강철교 인근은 오랜만의 북중 인적 왕래를 맞아 한층 분주한 모습이었다.
중국 해관(세관) 관계자로 보이는 인물들은 전날 오전 일찍부터 10차례 넘게 다리에 올라 시설 곳곳을 점검했다.
전날 오전 10시 40분께는 단둥에서 버스 1대와 승합차 1대가 압록강철교를 이용해 신의주로 갔다가 오전 11시께 승합차가, 오후 1시 15분께 버스가 각각 단둥으로 복귀했다.
전날 단둥에서 신의주로 간 버스에 탑승한 인원에 대해 대북 소식통은 "최근 밀수 등으로 공안에 체포된 북한 선원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본격적인 인적 왕래를 앞두고 문제 인원들을 먼저 들여보내면서 인력 운송 상황을 점검하는 일종의 예행연습일 수 있어 보인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9월 약 5개월 만에 재개된 압록강철교 화물 교역은 하루 한두차례씩 계속되고 있다. 전날도 오전과 오후 한 번씩, 이날 오전에도 화물 열차가 단둥과 신의주를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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