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무기거래 제재 카드 꺼내들어…유엔 안보리 北인권 논의 결정
월북병사 北발표에 김정은 거론 "무엇이든 의심"…유해송환 비협조도 비판
'中 때리기' 수위조절 예상 속 공동성명서 北 위협·3국 공조 강조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근교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형국이다.
북한의 돈줄과 연결되는 북러간 무기 거래, 북한으로 넘어간 미군 병사 문제, 미군 유해 송환 문제 등을 놓고 미국은 최근 수일간 북한과 잇달아 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6일 북한과 러시아 간의 무기 거래를 중재하고 20종이 넘는 무기와 탄약을 북한에서 러시아로 넘기는 대신 러시아로부터 식량을 포함한 자재를 북한에 보내는 계획을 조율한 혐의로 러시아 소재 베루스 등 3개 기관에 대한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차관은 "러시아의 전쟁을 돕기 위한 북한의 불법 금융 네트워크를 발본색원하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역량을 약화하는 한편, 북한의 무기 암거래를 차단하는 것이 제재의 목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은 월북한 주한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이병이 망명 의사를 밝혔다는 북한 발표에 대해서도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겠다는 입장으로 응수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16일 브리핑에서 킹 이병이 망명 의사를 밝혔다는 등의 북한 발표와 관련, "우리가 얘기하는 사람은 김정은"이라며 "평양에서 나오는 것은 무엇이든 의심을 갖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학대', '인종차별' 등을 거론하며 킹 병사의 월북 문제를 미국 인권 문제 비난의 고리로 삼고 있는 가운데 '킹 이병 구하기'를 위해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대북 견제와 압박 수위를 낮추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이와 함께 켈리 맥케이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국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전쟁에서 숨진 미군 유해 송환 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비협조에 좌절감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엄청나다"며 관련 소통에 소극적인 북한을 비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에서도 한미일 공조 하에 대북 압박의 고삐가 죄어지고 있다.
안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개회의를 열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한미일이 지난 10일 공동으로 북한 인권 관련 안보리 회의 개최를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만약 북한 인권 관련 회의 개최가 결정되면 2017년 이후 6년만에 처음 열리는 것이 된다.
한미일 정상회의를 목전에 두고 미국이 이러한 대북 압박 기조를 보이면서 정상회의 논의와 그 결과물에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 담길 수 있다는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자회의 계기와 무관하게, 별도의 3국 정상회의를 열어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를 결의할 이번 회의에서 세 나라의 안보 공조에 당위성을 부여할 '위협'을 부각하는 차원에서 북한 문제를 강조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미중이 고위급 대화를 본격 재개, 양국 간 정면충돌을 막기 위한 관리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미국이 상대적으로 중국에 대해선 직접 거명하거나 강경 레토릭을 쓰는 것을 절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앞서 13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정상회의에서 다룰 '역내 공동 위협 대응'과 관련, 북한을 명시한 공동 대응 문장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결과 문서에) 중국을 직접적으로 명시해 한미일이 (중국을) 적대시한다든지 중국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한다든지 표현은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도 16일 보도된 블룸버그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미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분명하고 변함없는 목표"라고 밝히고, "국제사회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확장억제(핵우산을 통해 한국에 미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지력을 제공하는 것)와 관련한 한미일 3국의 별도 협의에도 열려있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