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동부유 강조한 시진핑…비구이위안發 위기속 함의는

입력 2023-08-17 11:34  

다시 공동부유 강조한 시진핑…비구이위안發 위기속 함의는
'모두 번영해야' 원칙 강조…대규모 부동산 경기부양은 안 할 가능성 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시 '공동부유' 의지를 강조했다.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부동산·금융 시장을 넘어 중국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져나가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이런 연설 내용이 공개돼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시 주석은 지난 2월 신임 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 성 당서기·성장, 중앙부처 장관급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공동부유는 장기적 사명이며 중국 부흥을 위해 인내심과 회복력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의 연설 내용은 15일 자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를 통해 공개됐다. 이는 중국 당국의 정책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다시 확인된 시진핑 공동부유 의지
시 주석은 2021년 8월 17일 당 중앙재정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공동부유를 "전체 인민의 정신과 물질생활이 모두 부유한 것"이라고 정의하면서도, 소수만 부유하거나 똑같이 분배하는 평균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촉진해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분배에 방점을 둔 공동부유는 사실상 중국이 사회주의로 더 '좌클릭'한다는 의미다. 시장경제 발전에 집중해온 기존의 정책과는 결이 다소 다른 선택인 셈이다.
실제 중국 당국은 부(富)의 독점을 문제 삼아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를 수년간 강도 높게 제재해왔다. 부동산 이익 추구를 투기로 보고 단속해온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은 시 주석의 3연임을 목적으로 작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공동부유 정책 기조를 강화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정적 여파는 예상을 넘어섰다.
우선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텅쉰), 배달 대기업인 메이퇀 등 민간 소비를 주도하는 빅테크들은 정부의 단속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타격까지 더해지면서 생존을 위협받는 지경에 처했고, 이는 중국 경제 침체의 원인이 됐다.
부동산 단속도 '부메랑'이 됐다.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부동산업계 수사로 2021년 말 당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이 디폴트로 몰린 데 이어 여타 건설·부동산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부동산 부문이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훨씬 넘는 상황에서 부동산 위기는 주택 매수 급감으로 이어졌고, 집값 등 부동산 가격 급락은 경제 위기감이 팽배해져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했다.
부동산 시장 위기 속에서도 나름대로 '선전'해온 헝다급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최근 디폴트 위기에 처함으로써 중국 부동산 시장은 붕괴 위기에 몰렸으며, 여기에 돈을 댄 금융시장도 위험한 상황이다.
서방의 시각을 의식한 중국은 20차 당대회 이후 공동부유 정책을 가급적 거론하지 않았다. 당 대회로 새로 짜인 장관급 이상 지도부를 상대로 시 주석이 지난 2월 공동부유를 강조했으면서도, 6개월 동안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지난 7월부터 빅테크 제재를 풀고 알리바바·텐센트·메이퇀 등에 민간 소비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도록 유도, 이제 중국이 공동부유 정책과 거리를 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 비구이위안發 위기 확산 속 공동부유 강조 이유
그랬던 중국 당국이 경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공동부유를 다시 강조하고 나서서 주목된다.
올해 들어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가리키는 가운데 7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지수 역시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이 때문에 중국 안팎에 위기감이 확산하던 지난 15일 중국 당국은 시 주석의 지난 2월 공동부유 연설을 공개했다.

디플레이션 진입이라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아 온 중국 당국은 외부 세력이 중국 경제를 흔들 목적으로 '불리한' 경제 지표를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같은 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월별 청년실업률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지 수 시간 만에 추스를 통해 문제의 연설이 흘러나왔다.
연설 내용을 살펴보면 시 주석이 '만민 공동부유의 현대화'를 추구한다면서, 이 점이 바로 서구의 근대화와 구별된다고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그는 서구가 "절대다수 민중의 이익에 봉사하는 대신 자본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해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밝히고, 중국은 그런 길을 가지 않겠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인민이 발전의 성과를 공유하며 인민의 공동부유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면서 "공동부유는 장기적인 과업"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의 사정을 고려할 때 "단순히 다져진 길을 따라갈 수는 없다"면서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가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공동부유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외교가에선 애초 시 주석의 연설은 당 고위 간부들을 상대로 한 것이었지만, 이 시점에 이를 공개한 것은 중국 국민을 상대로 최근의 경제 위기에 대한 시 주석의 주문을 담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미국과 경제·과학기술 '전쟁'을 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국가들과 언론매체들이 중국이 위기에 처한 것처럼 공격해대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당과 정부를 믿고 따라와달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 주석의 공동부유 강조 연설 공개가 중국 정부의 기존 정책 변경까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시 주석이 공동부유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걸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실제 리창 국무원 총리는 외국 기업들을 상대로 대(對)중국 투자를 촉진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왔다. 리 총리는 16일 국무원 제2차 전체 회의에서도 소비 진작과 투지 촉진을 강조했다.
외견상 시 주석이 이따금 공동부유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면 리 총리는 서방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시장주의자 역할에 주력하는 '투트랙' 양상으로 비친다.


◇ 中, 부동산·금융 위기에 어떤 대책 내놓을까
시 주석이 이번 메시지를 통해 사실상 "인내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한 가운데 중국 당국이 최근 위기에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 중국이 이미 디플레이션에 진입했고, 7월의 소매판매·산업생산·실업률·신규주택 가격 등 경제지표가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비구이위안발 위기를 막지 못하면 중국이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이번처럼 공동부유라는 '대의'를 강조한 걸 볼 때 대규모 부동산 경기부양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동안 해온 대로 각 지방정부가 주택구매 등을 늘리기 위한 대출 지원책을 활성화하고 유동성을 늘려 부동산 개발기업의 숨통을 터주는 데 주력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지난 15일 중국 인민은행은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0.1%포인트와 0.15%포인트 내림으로써 총 6천50억 위안(약 111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그러나 중국이 처한 최근 상황은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에 이어 또 다른 악재가 터져 나오는 등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결국 대규모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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