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안보우산 아래 술리나해협 통한 곡물수출 재개
"우크라 항구는 위험"…서방, 루마니아 시설확대 논의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러시아가 흑해에 이어 다뉴브강의 우크라이나 항구까지 위협하기 시작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 항로가 새로운 구명줄로 떠오르고 있다.
이 항로는 흑해에서 다뉴브 삼각주 내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몰도바 항구로 이어지는 64㎞ 길이의 술리나 해협이 핵심이다.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선박들은 술리나 해협에 진입한 뒤 루마니아 항구 콘스탄차, 보스포루스 해협을 거쳐 흑해를 빠져나간다.
루마니아 항로는 나토의 집단방위체계 아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러시아 포격이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안팎의 항로보다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역시 술리나 해협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의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당국자들은 지난 11일 루마니아 항구 도시 갈라치에서 회의를 열고 술리나 해협 개방과 역할 확대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 조정관 제임스 오브라이언은 다뉴브강을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규모는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술리나 해협을 하루 24시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항해 장비 도입 등이 방안으로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교통총국 마그다 코프친스카 국장은 폴란드와 발트해, 아드리아해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도 논의되고 있지만 "다뉴브 연결고리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점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술리나 해협으로 선박이 집중되면서 수송이 지연되거나 혼잡도가 높아지는 현상은 아직 해소해야 할 문제다.
오브라이언에 따르면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매달 10만t에 불과했던 다뉴브강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송 규모가 매달 10배씩 증가해 현재 2천만t에 이르고 있다.
실제 술리나 해변은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송하기 위해 해협에 진입하려는 선박들로 붐비는 상황이다.
NYT는 이날 하루만 해도 선박 80여척이 진입로에서 대기 중이었다고 전했다.
루마니아는 이러한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항로 이해도가 높고 군사적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 도선사를 고용해 민간 선박이 술리나에서 목적지로 향하도록 돕고 있다.
소린 그린데아누 루마니아 교통부 장관은 해당 항로의 잠재력을 최대로 활용하려면 루마니아 항구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국경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동시 나토 안보 우산의 보호를 받는 루마니아의 갈라치, 브러일라 등 항구를 예로 들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고통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게 아니다"라며 루마니아 다뉴브 항구에 넓은 철도를 까는 등 기반 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했으나 교통량이 매우 적은 수준이라는 점을 짚었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인프라 장관은 11일 회의 직후 루마니아 항구 사용량을 늘리겠다고 밝히면서도 앞으로의 상황은 루마니아의 철도 노선 개선 작업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술리나 해협 선박을 분산시키기 위한 우크라이나 내부 운하 준설 또한 고려하고 있지만 루마니아 측은 수심과 위험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린데아누 장관은 운하에서는 "언제든지 폭격을 맞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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