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과 성당 방화·약탈에도 '경찰 방관' 주장도…美, 철저 수사 촉구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파키스탄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들이 이슬람 경전 쿠란을 가톨릭 신자들이 모독했다는 주장에 가톨릭 신자 등의 주택과 성당을 방화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다만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파키스탄 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1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일간 돈(Dawn)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파키스탄 중동부 펀자브주 파이잘라바드 지역 자란왈라시(市)에 사는 일부 무슬림이 가톨릭 신자 라자 아미르와 그의 친구가 쿠란이 적힌 종이들을 땅에 던지고 종이 위에 모욕적인 글을 쓰는 것을 봤다고 주장하면서 폭력행위가 시작됐다.
이에 분노한 무슬림들이 성당과 가톨릭 신자 집을 공격하며 가재도구를 불태웠다. 일부 개신교 교회도 피해를 봤다. 이 과정에서 약탈행위도 일어났고 많은 이들이 피신해야 했다.
결국 경찰이 개입해 공포탄을 쏘고 곤봉을 휘두르며 폭도 해산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자 군 병력도 투입됐다.
경찰은 밤새워 수색에 나서 용의자 129명을 체포하고 상황은 하루 만에 통제됐다고 말한 것으로 AP통신은 17일 전했다. 또 폭도를 피해 달아난 아미르도 찾고 있다. 그가 실제로 쿠란을 모독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소셜미디어에 퍼진 영상과 사진들에는 성난 무슬림들이 성당 건물에서 내려오며 벽돌을 던지고 불을 지르는 장면이 들어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일부 동영상에는 경찰이 약탈행위가 저질러지는데도 방관하는 모습도 잡혀 있다.
칼리드 묵타르 신부는 해당 지역에 사는 신자 대부분이 대피했고 자택도 불에 탔다고 말했다.
또 자란왈라의 성당 17곳 대부분이 공격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폭동 다음날인 17일 집을 떠나 대피한 이들이 서서히 귀가하고 있다면서 최소한 성당 한 곳이 불에 탔고 성당 네 곳이 훼손됐으며 수십 채의 주택이 불에 탔거나 심하게 파손됐다고 전했다.
경찰의 사태 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가톨릭 교계 지도자들은 경찰이 신자 가족들이 도와달라고 울부짖는데도 방관하다가 이들이 피신한 뒤에야 대응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날 폭동과 관련해 전국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안와르울하크 카카르 신임 과도정부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법을 어기고 소수자들을 겨냥한 자들을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쿠란 모독 주장이 자주 나온다. 파키스탄의 신성모독에 관한 법에 따르면 이슬람과 이슬람 성직자를 모욕한 죄가 인정되면 사형선고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당국이 선고를 내리기 전에 관련 소문이 퍼지면서 폭동이나 집단 폭행, 살해가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구 2억5천만명인 파키스탄에서는 96%가 무슬림이며, 힌두교 신도는 2.1%, 개신교·가톨릭 신도는 1.2%이다.
한편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16일(미국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종교적 자유를 언급하며 이번 사안에 대한 파키스탄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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