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테가 정부, 교육기관·시민단체·언론 등 무더기 재갈 이어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정권에 쓴소리를 내는 종교계와 시민단체, 언론을 탄압하는 중미 니카라과 정부가 이 나라의 유서 깊은 가톨릭계 대학에도 '칼날'을 들이댔다.
17일(현지시간) 니카라과 일간지 라프란사와 관영언론 라가세타에 따르면 중미 최초의 사립대학인 니카라과의 센트로아메리카나 대학은 전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학사 행정과 수업 등 모든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수회에서 1960년 수도 마나과에 설립한 이 대학은 지난 15일 법원으로부터 부동산과 예금 자산 등에 대한 압류 결정 통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다니엘 오르테가 정부는 이 대학과 관련, '2018년 반정부 시위 당시 비행 단체를 조직하고 테러 집단의 모의 장소로 운영됐다'는 주장을 하며 법적 조처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센트로아메리카나 대학은 그러나 "정부에서 테러리즘을 언급하며 근거 없는 비난을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라프렌사는 보도했다.
압류 통보 이후 대학 직원들이 급히 교내에 있던 예수 십자가상을 비롯한 주요 물품을 직접 철거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기도 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이번 조처에 대해 미국 정부는 이날 "종교계 인사와 기관에 대한 억압이 이어지고 있다"며 니카라과 정부를 비판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오르테가 정권의 대학 자산 압류를 "민주주의 규범을 갉아먹고 국민을 위한 공간을 숨 막힐 정도로 좁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MU19A'(4월 19일 대학생 운동)으로 표기하는 201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대학생이 주도했는데,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 속에 최소 355명의 사망자를 냈다.
지난해 1월 통산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한 오르테가 대통령은 2018년 시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이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언론사 문을 닫게 하거나 방송 송출을 끊어 버리는가 하면 수천 개의 비정부기구(NGO)를 없애고 가톨릭계를 탄압하는 등 '바른말'을 차단했다.
최근엔 정치범들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외국으로 추방해 국제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기도 했다.
특히 오르테가 정권의 반정부 시위 탄압 과정에서 시위자를 성당에 피신시키거나 정치범 석방을 위해 중재 노력을 한 가톨릭계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다. 올해 초에는 마타갈파 교구장인 롤란도 알바레스 주교를 투옥해 파문을 일으켰고, 주니카라과 교황 대사관도 폐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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