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룽국제신탁 투자자들에 방문·전화…대중 분노 확산 차단 목적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사태로 중국 금융권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중국 공안이 자금난에 빠진 금융사에 항의 시위를 한 투자자들을 사실상 '위협'하는 일이 벌어졌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대표적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中融)국제신탁의 베이징 소재 건물 앞에서 지난 15일 20여명의 투자자들이 시위를 벌인 뒤 공안이 이들에게 방문 또는 전화 통화로 "시위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쑤성에 거주하는 한 시위 참여 투자자의 경우 집에 공안이 찾아와 시위에 참여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 공안은 중룽국제신탁에 대한 투자 세부 사항을 기록해간 뒤 당국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공안이 회사 측으로부터 해당 투자자들의 명단을 넘겨받았으며, 중룽국제신탁의 주요 주주인 중즈(中植)그룹의 고객 명단도 확보해 수십 명의 투자자들에게 시위를 자제하고 인내심을 가지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공안은 이들의 시위가 부동산·금융권 위기에 대한 중국 대중의 분노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지난해 수십 개의 도시에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자 시위대를 적극 검거하고 무겁게 처벌했으며, 시위 현장에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당국은 이런 움직임이 반(反)시진핑 시위로 비화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안의 이런 조치는 시위 투자자들에겐 사실상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해 부동산 시장 붕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즈그룹도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중즈그룹은 자산관리기업으로 부동산 개발업체들에도 돈을 댄 '그림자 은행'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룽국제신탁은 이번 주 초 투자자들에게 지난 8일 만기가 된 여러 상품에 대해 현금 지급을 하지 못했고 지난 달 하순 이후 10개 이상의 상품에 대한 지급도 이미 연기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중즈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중룽국제신탁의 지급 연기 사태가 초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1995년 설립된 중즈그룹이 관리하는 자산은 1조 위안(약 18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중즈그룹 위기 상황을 방치하면 중국에 금융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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