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감위 '정경유착시 탈퇴' 권고에 SK·현대차·LG도 보조 맞춰
삼성, 조만간 이사회 열고 논의…SK, 이사들 의견 청취
현대차 "혁신안 실천 등 지켜보고 활동 여부 결정"…LG "논의 절차 고민"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임기창 기자 =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18일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문제와 관련해 '정경유착 발생 시 즉시 탈퇴'를 권고하면서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의 재합류가 한층 더 가시화했다.
삼성 준감위는 전경련 재가입에 대해선 삼성 경영진·이사진이 결정할 몫이라고 밝혔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권고를 내놓은 것 자체가 재가입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이 아니냐는 해석이 적지 않다.
동시에 삼성 준감위는 전경련이 과거 문제가 됐던 정경유착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SK, 현대차, LG 등 다른 그룹들도 삼성 준감위가 이날 내놓은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형식적으로는 전경련에 재가입하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실질적인 합류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일단 오는 22일 전경련 총회에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의 명칭 변경과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이었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흡수 통합 안건이 처리될 예정인 만큼 기존에 한경연 회원사로 남아 있었던 4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자연스럽게 한경협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그룹 계열사 중 한경연 회원사는 삼성 5곳(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SK 4곳(SK㈜,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네트웍스), 현대차 5곳(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 LG 2곳(㈜LG·LG전자)이다.
이들이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회원 자격이 새로 출범하는 한경협으로 자동 승계된다.
다만 이는 명목상으로 한경협 회원사가 된다는 뜻일 뿐 과거 전경련 활동 당시처럼 진정한 의미의 가입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게 재계 안팎의 전반적인 해석이다.
SK와 현대차, LG는 공식적으로는 삼성 준감위 권고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한경협으로 회원 자격이 이관되는 데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내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준감위가 또다시 전경련이 정경유착으로 물의를 빚는 상황이 발생하면 탈퇴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만큼 다른 그룹들도 그에 준하는 조건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실질적 재가입은 회비를 내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금으로서는 4대 그룹이 한경협 회원 자격 승계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수준일 것"이라며 "정경유착 우려가 해소됐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만큼 전과 달라진 모습을 확실히 보여야 실질적 재가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그룹의 맏형 격인 삼성 측에서 먼저 전경련 재가입에 관한 물꼬를 튼 만큼 다른 그룹들도 이와 관련한 검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5개 계열사는 조만간 임시 이사회를 열어 한경연 회원 자격 이관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한경연 회원사로 남아 있던 SK그룹 4개 계열사는 최근 이사들을 대상으로 한경연 회원 자격 이관에 대한 내부 검토 상황을 공유하고 의견을 듣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한경협이 새롭게 출범하고 쇄신한다고 하니 지켜볼 것"이라며 "한경협 활동 여부는 추후 혁신안 실천 및 변화하는 모습 등을 감안해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LG그룹도 전경련 재가입을 검토 중이며 논의 절차를 고민 중이다. 이에 따라 전경련 총회 전 이사들에게 한경협 가입에 관한 검토 진행 상황을 설명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 총회 전에 그룹마다 회원 자격 승계에 대한 내부 논의는 마치지 않겠느냐"며 "다만 이는 회원 자격 승계에 대한 건이지 전경련 활동을 다시 적극적으로 하겠다거나 회비를 내겠다거나 하는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경련 총회에서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류 회장이 취임하면 지난 5월 전경련이 발표한 윤리경영위원회 운영 등 혁신안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기업과 접촉해 실질적인 한경협 합류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이 4대 그룹의 한경협 합류를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점도 새로 출범하는 한경협이 풀어야 할 숙제다.
민주당은 지난 9일 한경협 출범에 대해 "아직 한경연 회원사로 남아 있는 4대 그룹을 새롭게 출범할 한경협에 합류시키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성명에서 "4대 그룹이 아무런 쇄신 없는 전경련에 재가입할 경우 정경유착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참여연대는 전날 논평에서 삼성 준감위 논의에 대해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재벌공화국으로의 복귀'를 공개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