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가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복귀에 대해 찬반 의견을 표시하지 않은 채 정경유착이 발생할 경우 즉시 탈퇴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18일 임시회의를 마친 뒤 "만약 가입했을 경우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할 것을 비롯해 운영과 회계의 투명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해 철저한 검토를 거친 뒤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전경련의 인적 구성과 운영에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 사항이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재가입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조건부라도 가입하는 것이 맞는지에 관한 판단은 유보했다. 공을 경영진에 넘긴 셈이다. 재계에서는 준감위가 전경련 복귀에 명시적으로 제동을 걸지 않음에 따라 삼성 이사회는 재가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SK, 현대차, LG 등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 4대 그룹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을 창구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 모금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경유착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전경련을 탈퇴했다. 그런데 정권 교체 후 새 정부가 전경련을 재계 '맏형'으로 대우하는 등 힘을 실어주고 전경련도 이에 발맞춰 쇄신에 나서면서 4대 그룹의 복귀 논의가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전경련은 지난 5월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통합하고 싱크탱크형 경제단체인 한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로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경연 회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4대 그룹은 흡수·통합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한경협에 자동 가입된다. 삼성은 앞서 한경연 해산에 동의했으나 한경협 회원으로의 자동 승계는 이사회와 준감위 논의를 거쳐 결론 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준감위는 2020년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횡령 혐의 재판 때 재판부의 권고에 따라 설치된 기구로, '준법 의무 위반을 독립적으로 감시·통제'하는 것을 첫 번째 권한과 역할로 명시하고 있는데 윤리 경영과 관련한 중대 사안에 대해 다소 모호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최종 판단은 경영진의 몫이 됐지만 준감위의 우려를 충분히 반영해 결론을 내야 한다.
결정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전경련이 진정으로 환골탈태했는지 여부일 것이다. 전경련은 앞서 정경유착 차단을 위해 윤리헌장을 제정하고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내부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국민들의 의구심을 말끔히 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치·행정 권력의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배격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 누구나 머리를 끄덕일 만한 구체적인 내용까지 나와야 한다. 부당한 압력을 원천 차단할 방법은 무엇인지, 단순한 협조 요청과는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압력이 현실화할 경우 대처 방안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 준감위원장도 "전경련 혁신안은 단순히 선언"이라면서 "혁신안이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과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현시점에서 우려스러운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간판을 한경협으로 바꾸고 류진 풍산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추대할 예정이다. 조직을 정비한 후에는 좀 더 실천적 내용을 담은 2차 혁신안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4대 그룹들도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정경유착의 우려를 말끔히 불식할 확실한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어정쩡하게 떠밀려가듯 전경련에 복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문제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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