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일자리 잠식' 할리우드 작가·배우 파업 장기화
'AI 도둑 학습 막아라'…약관 변경한 NYT의 반격
파업중에 넷플릭스 "AI 연구원 연봉 12억원"…작가들 '아연실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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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인공지능(AI)에 맞선 '할리우드 전선'이 형성된 지 100일이 넘었다.
생성 AI '챗GPT'가 세상에 나온 뒤 벌어진 인간의 가장 큰 조직적인 저항이다. 할리우드 영화·드라마 작가들은 AI로 인해 일자리와 소득에 위협을 느끼자 거리로 나섰다.
할리우드 작가들뿐만 아니라, AI를 상대로 한 전선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 분야가 선두에 섰다. AI가 기존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창작물을 손쉽게 만들어내자 인간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AI 결과물이 저작권을 위반하고,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크롤링해 AI 학습에 이용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작가들 뿐만 아니라, 언론 매체, 뮤지션 등도 전열을 정비하면서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AI 시대에 인간의 노동 및 창작물 가치에 대해 새로운 관계 정립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뒤따를 수밖에 없는 진통이다.
◇ 작가 파업의 이유…배우도 가세한 까닭은
지난 5월 2일 시작된 미국 작가조합(WGA) 파업의 상대는 직접적으로 AI가 아니다. 넷플릭스·아마존·애플·디즈니·파라마운트·워너브라더스 등 대형 제작사들이다.
작가들은 AI가 기존 작품 대본을 학습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는 점을 문제 삼았다. 방지 장치가 없다면 작가들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미 AI가 작성한 초안을 놓고 작가들이 추가 작업을 하도록 지시받는 일이 벌어졌다.
'AI의 습격'에 대한 방어 심리는 점점 열악해지는 처우와 맞물려 강하게 작동됐다. 유선방송에서 스트리밍 시대로 급속히 넘어가면서 작가들의 권리가 침해당한다는 불만이 가중되는 시점이었다.
넷플릭스가 기존 방송에 비해 시즌당 에피소드 숫자를 줄이는 형태로 서비스하자 작가들의 수입도 감소하게 됐다. 예전만큼 벌어들이려면 작품에 더 참여해야 했다. 더구나 국내외 여러 채널로 재판매가 가능했던 유선방송 시스템과 달리, 넷플릭스 등 OTT 업체와 계약을 맺은 작품은 스트리밍 서비스 특성상 재상영 분배금도 없었다.
이는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부터 할리우드 배우들도 파업에 가세한 이유 중 하나다. 할리우드 양대 노조인 배우조합과 작가조합이 동반 파업을 벌이는 것은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그만큼, 전선이 커졌다.
작가와 배우들은 OTT 업체들이 스트리밍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제대로 분배하라고 요구했다. 넷플릭스가 기존 유선방송보다 낮은 구독료로 시장을 확장하며 이익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작가와 배우들에게 돌아가는 비용이 적었던 측면도 작용했다.
◇ 'AI의 무단 콘텐츠 활용 막아라'…비상 걸린 미디어
언론 등 미디어도 생성 AI에 잔뜩 경계심을 품고 있다. 생성 AI 서비스가 콘텐츠를 훔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생성 AI 서비스가 언론 매체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긁어가 학습용 데이터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짙게 제기돼 왔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은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했다. 작가들도 오픈AI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왔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일 자사 약관을 개정해 생성 AI 서비스가 자사 콘텐츠를 무단 활용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기사와 사진, 그래픽, 오디오, 비디오 등 모든 콘텐츠를 AI가 허락 없이 사용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일보가 지난달 사이트 약관을 개정해 자사 콘텐츠를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려면 반드시 사전 협의하도록 했다.
언론사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오픈AI는 지난달 13일 미국 뉴스통신사 AP 통신과는 계약을 맺고 정당하게 기사를 사용하기로 했다. 1985년 이후 AP 콘텐츠를 챗GPT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계약금과 별개로 AP 통신은 오픈AI의 AI 기술에 대한 우선 접근권을 확보했다.
오픈AI는 AP 통신과의 계약 직전에 자사의 이미지 생성 AI '달리'의 학습 데이터 확보를 위해 이미지·영상 콘텐츠 업체인 셔터스톡과 계약을 맺기도 했다.
저작권 침해 논란을 일으켜 온 'AI 커버곡'도 양성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I 커버곡'은 생성 AI 기술로 기존 멜로디에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입혀 만든 것이다.
뮤지션들과 음반 회사들은 이를 비판하는 경향이지만,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구글과 유니버설뮤직은 최근 AI를 활용한 음원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구글은 지난 5월 가사를 넣으면 AI가 어울리는 곡을 붙여주는 서비스 '뮤직LM'을 공개한 바 있다.
◇ AI에 저항한 파업 장기화…기업들은 AI 활용 늘려
할리우드의 파업 사태는 여전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미국 작가조합 측과 영화·TV 제작자연맹 측이 협상을 벌였지만, 무위에 그쳤다.
아이러니는 AI 등에 맞선 파업이 장기화하자, 파업과 관련된 기업들이 AI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포브스에 따르면 검색 플랫폼 업체 '루시드웍스'의 설문조사에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96%가 생성 AI 관련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작가 파업의 주요 타깃인 넷플릭스는 지난달 말 AI 머신러닝 연구원 모집에 연봉 90만 달러(약 12억 원)를 내걸어 파업 중인 배우와 작가들의 반발을 샀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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