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유엔 ·EU '재건수요 평가' 공동보고서
주택건설·통신·지뢰제거 등 전체 재건수요 규모는 4천억달러 예상
"韓기업, 신공항 등 프로젝트 집중해야"…무협, 이달 '우크라 현지연결' 세미나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우리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우크라이나 교통·에너지 분야의 재건 수요가 1천400억달러, 한화로 180조원 규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교통·에너지 외에 주택, 통신, 지뢰 제거 등 분야를 합친 전체 재건 수요는 4천억달러(약 540조원)를 웃도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 중 2026년까지 초기 수요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1천300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민관 재건 협력단을 조기에 우크라이나에 파견해 현지 재건 사업 참여를 위한 여건 조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0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유엔·유럽연합(EU)·세계은행(WB)과 지난 3월 공동으로 펴낸 '(전쟁) 피해 및 (재건) 수요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지난 2월 24일까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1천347억달러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분야별로는 주택 파괴·파손으로 인한 피해가 504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교통(357억달러), 상업·산업(109억달러), 에너지(106억달러) 순으로 피해 규모가 컸다.
올해부터 2033년까지 10년간 전체 재건 수요는 4천106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참여 가능성을 높게 보는 교통·에너지 인프라 분야 수요는 각각 921억달러, 470억달러로 총 1천400억달러에 육박했다.
먼저 교통 분야에서는 고속도로·국도(264억달러)와 철로·기차역·철도용 전기시설(233억달러) 수요가 커 향후 전쟁으로 파괴된 도로와 철도 교통망 복구에 많은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시기별로는 2026년까지 단기 수요가 141억달러, 2027∼2033년 중장기 수요가 780억달러로 나뉘었다.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는 발전 등 전력 부문 재건에 가장 많은 37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밖에 주택(686억달러), 사회보장(418억달러), 지뢰 제거 등 폭발물 관리(376억달러), 농업(297억달러) 등 분야에서 재건 수요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재건 수요를 시기별로 나누면 2023∼2026년 단기 수요가 1천280억달러, 2027∼2033년 중장기 수요가 2천826억달러였다.
사회 전반에 걸쳐 천문학적인 재건 수요가 제기됐지만,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국가 재정 상황이 나빠 재건이 진행돼도 당장은 일부 시급한 수요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재건) 수요를 모두 충족하려면 매우 큰 자금 조달이 필요하지만 조직적이고 순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민) 생명과 복지를 지키고 경제를 지지하기 위해 지출 우선순위를 정하는 어려운 선택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이어 단기 최우선 재건 대상으로 송·배전선과 분산형 재생에너지 등 전력 인프라, 주택, 도로·철도·교량·항만 등 교통 인프라 등을 제시했다.
정부는 민간·공공 부문을 합쳐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 재건 참여 규모가 최소 520억달러(약 7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기업들의 선제적인 참여 시도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폴란드 방문 때 연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기업 간담회'에 참석한 삼성물산, 현대건설, 코오롱글로벌, HD현대사이트솔루션, 현대로템 등의 참여 가능성을 높게 본다.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보리스필 국제공항공사와 공항 재건·확장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삼성물산은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시와 스마트시티 개발 MOU를 각각 이미 체결했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끄는 재건 협력단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실무 준비를 하고 있다. 또 10월께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를 포함한 재건 협력단의 추가 방문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1차 협력단에는 도로, 교량, 공공시설 등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기업들이, 2차 협력단에는 전력 공기업을 포함한 에너지와 플랜트 기업들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많다.
한국무역협회도 오는 29일 서울에서 '우크라이나 진출 쟁점 및 전망' 세미나를 연다. 우크라이나 상공회의소 관계자가 화상 연결 방식으로 참여해 현지 경제 상황과 재건 수요에 관해 우리 기업인들에게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다만 '제2의 마셜플랜'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과 관련해 안정적 자금 조달이 뒷받침되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현지 기업과 세계 각국 기업이 치열한 참여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여 한국이 우위를 가진 분야에 집중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키이우무역관은 지난 14일 보고서에서 "에너지 분야와 함께 교통 인프라 재건 사업은 우리 기업이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라며 "보편 기술과 공법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분야보다는 신공항 건설과 같이 현대화 프로젝트에 좀 더 집중해 우리만의 역량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