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부'→'성매매업 종사자'…"판사들, 판결시 고정관념 피해야"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인도 판사들은 앞으로 성(性), 성소수자와 관련한 용어나 표현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판사들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선고하거나 판결문을 쓸 때 부지불식간에 '부적절한' 용어나 표현을 사용하는 행위를 삼가라는 내용의 안내서를 대법원이 발간했기 때문이다.
안내서는 대체 용어와 표현도 제시했다.
18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매체들에 따르면 안내서는 이를테면 독신녀(spinster) 대신에 미혼 여성(unmarried woman), 매춘부(prostitute) 대신에 성매매업 종사자(sex worker), 성추행(eve teasing) 대신에 길거리 성희롱(street sexual harassment)이란 용어를 쓸 것을 권장한다.
안내서는 성소수자 공동체가 옹호하는 용어나 의미도 반영했다.
안내서는 성행위(sex)는 개인의 생물학적 속성과 관련돼 있고, 젠더(gender<성·성별>)는 소녀와 여성, 소년, 남성 등에 대해 사회적으로 형성된 역할과 행위, 표현, 정체성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성폭력에 대한 고정관념이 배어있는 문장도 예시했다.
일례로 "지배적 카스트에 속하는 남성들은 억압받는 카스트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기를 원치 않는다. 그러므로, 억압받는 카스트에 속하는 여성이 지배적 카스트 남성에게 성폭력이나 강간을 당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다"라는 문장을 들었다.
그러면서 사실은 "강간이나 성폭력은 오랫동안 사회적 통제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 지배적 카스트의 남성들은 카스트 위계질서를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성폭력을 역사적으로 이용해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내서는 D.Y. 찬드라추드 대법원장이 2년에 걸쳐 편집작업을 이끌며 대법관과 교수 등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의견을 들어 제작한 것이다.
찬드라추드 대법원장은 안내서 서문에서 "판사들이 판결하고 판결문을 쓸 때 고정관념에 의지하지 말고 고정관념을 떨쳐내는 게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판사들이 고정관념에 의지하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법 적용을 왜곡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내서 취지는 판사들의 과거 판결을 비판하거나 의심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고정관념이 자기도 모르게 (판결 등에)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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