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출간 앞두고 일간지와 인터뷰…"푸틴, 비이성적이지 않다"
"우크라, EU·나토 가입 안 돼…중립으로 남아 가교 역할 해야"
우크라 반발·프랑스 내에서도 비판 여론…러시아는 '만족'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국제사회의 감시 아래 국민투표를 실시해 분쟁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우파 공화당(LR) 출신인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자서전 '전쟁의 시간' 출간을 앞두고 일간 르피가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장악한 크림반도, 돈바스 지역 등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2007∼2012년 재임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들은 부당하게 빼앗긴 지역을 되찾고 싶겠지만 완전히 성공할 수 없다면 갈등 동결이냐, 아니면 투표냐 중에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갈등을 동결한다면 미래의 새로운 뜨거운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교와 토론, 교류만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유일한 수단으로 남아있다"며 "타협 없이는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으며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한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면서도 "1954년까지 러시아 땅이었고, 주민 다수가 러시아인이라고 느껴왔다"며 러시아 측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크림반도의 상황을 다시 예전으로 돌린다는 이야기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설 수 있도록 그토록 열망하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다리"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유럽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역사와 지리에 역행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힌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소통하려 한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를 높이 평가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푸틴이 더 이상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것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수십번 대화를 나눠본 푸틴은 비이성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인터뷰를 두고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는 극명하게 다른 반응이 나왔다고 일간 르몽드, AFP 통신 등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이 누군가가 두렵다는 이유로, 혹은 범죄자들과 친구라는 이유로 다른 나라의 영토를 거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통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정확한 만큼 대담하다"며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언에 흡족해했다.
프랑스 좌파 진영을 중심으로도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쥘리앵 바유 녹색당 의원은 LCI 방송과 인터뷰에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러시아 보험회사와 엮여있다는 의혹을 거론하며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꼬집었다.
바유 의원은 "전직 국가수반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며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프랑스의 전 대통령이 아니라 러시아의 인플루언서로 봐야 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라파엘 글뤽스만 유럽의회 의원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발언이 "러시아를 바라보는 프랑스 엘리트의 혼란을 보여준다"며 이럴 때마다 유럽에서 프랑스의 목소리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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