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극도의 치안 불안에 시달리는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에서 갱단 폭력으로 올해 들어서만 2천40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18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도자료에서 "올해 1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갱단 폭력 사태로 최소 2천439명이 사망했다"며 부상자도 90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납치 피해를 본 사람은 951명에 달하는 것으로 유엔은 전했다.
사망 사례는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보고됐다.
특히 최근 포르토프랭스 인근 데카예트 지역에서는 지역 자치단체장과 그의 아내, 아이가 자택에서 갱단원 총에 맞아 숨졌다. 이 단체장은 갱단에 맞서기 위해 설립된 자경단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갱단의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유엔은 전했다.
지난 11∼15일에는 카르푸페이예를 비롯해 사반느피스타슈 지역 등지에서 폭력 조직원들이 28명을 살해하고 최소 50곳의 가옥을 약탈하거나 방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 경찰관 2명도 사망했다.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 인권사무소 대변인은 "경찰 특수부대 투입으로 갱단을 몰아내긴 했지만, 약 5천명의 주민이 집을 떠나는 등 심각한 상황에 부닥쳤다"며 "다른 대도시 지역에서도 갱단이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갱단 폭력에 대응한 자경단의 활동 역시 '폭력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유엔은 4월 24일부터 8월 중순까지 350명 이상이 자경단에 의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자는 대부분 갱단원이지만, 일반 시민(46명)과 경찰관(1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티는 최근 수년간 경제·치안·정치적 위기로 뒤얽힌 늪에 빠져 있다.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극적으로 악화한 사회 분위기를 틈타 갱단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최근까지도 살인·강간·절도 등 악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유엔은 아이티 치안 보장을 위해 아프리카 케냐를 중심으로 한 다국적 경찰력 지원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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