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잔고 20조5천여억원…올해 최대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달 들어 빚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열기는 더 뜨거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5천570억원으로 올해 최대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으로, 이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연초 16조5천310억원이었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들어 4조원 넘게 증가했다. 지난달 말(19조7천380억원)보다는 8천190억원 늘었다.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잔고가 10조6천470억원으로 올해 가장 많았다. 지난달 말(10조590억원) 대비 5천880억원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의 신용잔고는 9조9천100억원으로 지난달 말(9조6천790억원)보다 2천310억원 늘었다.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잔고 증가율(5.8%)이 코스닥시장 증가율(2.3%)보다 높았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통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신용잔고가 증가하는 건 흔하지 않다"며 "글로벌 수요가 좋지 않고 기업의 실적 회복이 지연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실적호전주를 찾기보다 이차전지 등 테마성 종목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4.8%, 6.2% 하락하고 이차전지 종목 주가도 일제히 내렸지만, 이차전지 종목이 전체 신용잔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기준 전체 시장의 신용잔고 중 POSCO홀딩스(7천470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포스코퓨처엠의 신용잔고는 4천30억원으로 2번째로 많았다.
이어 에코프로비엠(3천120억원), 엘앤에프(2천910억원), 에코프로(2천300억원) 등 이차전지 관련 종목이 각각 4위와 5위, 7위에 올랐다.
POSCO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두 종목의 신용잔고는 전체 유가증권시장 신용잔고의 10%를 차지했다.
또한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엘앤에프 3종목의 신용잔고는 총 8천330억원으로 코스닥시장 신용잔고의 8%를 차지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이차전지 매수 기회를 놓치고 상승세를 지켜 본 투자자들이 오히려 지금이 저가 매수 타이밍이라 생각해 새롭게 이차전지 종목을 사들인 것 같다"며 "올해 시장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상승세를 보였기에 이번에도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차전지 중에서도 에코프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인식에 POSCO홀딩스를 많이 담다 보니 유가증권시장 신용잔고 증가세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OSCO홀딩스는 이달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 2위에 이름을 올리며 삼성전자[005930] 다음으로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으로 집계됐다.
김지산 리서치센터장은 "신용잔고가 늘었는데 중국 부동산이나 미국 인플레이션 관련 리스크 등 대외 변수가 부각돼 주식이 하락하면 반대 매매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특히 테마성 종목은 지속해 상승하기 어렵고 대외변수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에서 큰 손실로 반영될 수 있다"며 "현금 비중을 늘리고 종목이나 업종을 다변화해 투자하는 리스크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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