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정부 부채 규모 너무 커 유동성 위험에 처해"
부동산 부양책 대신 LGFV 차입금 상환용 특별 채권 발행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경제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 중앙정부가 주요 리스크로 꼽혀 온 방만한 지방정부 부채를 정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중국 당국이 지방정부 부채 상환을 돕기 위해 1조5천억 위안(약 275조원)의 특별 융자채권 발행을 허용했다고 21일 블룸버그통신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톈진·구이저우·윈난·산시·충칭 등 12개 성(省)·시(市)·자치구가 특별채 발행 대상이다.
중국 인민은행·금융감독관리총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화상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차이신은 "현재 지방정부 부채가 금융시스템의 위험에 접근하는 '회색 코뿔소'가 됐다"면서 "31개 성·시·자치구 중에 경제적 기반이 약한 일부 지방정부들은 부채 규모가 너무 커 유동성 위험에 가까워진 상태"라고 짚었다. 회색 코뿔소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을 지칭한다.
중국 당국은 올 상반기에 지방정부의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인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를 통한 자금 차입 규모를 조사해왔다.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7월 24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여한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지역 부채 위험을 효과적으로 방지·해결하고 부채 감축 계획을 수립·시행하라"는 방침이 정해진 데 이어 이번에 LGFV 부채 상환용 특별채 발행이 확정됐다.
그러나 각 지방정부가 LGFV 수천개를 통해 조달해 공식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 이른바 '숨겨진 지방정부 부채'는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 4월 말 현재 지방정부 채무 잔액이 37조 위안(약 6천644조원)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2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내 LGFV 조달 자금이 2019년 40조 위안(약 7천183조원)에서 2022년 말 66조 위안(약 1경1천852조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월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LGFV의 숨겨진 부채를 포함해 중국 지방정부의 총부채가 약 23조 달러(약 3경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스위스 최대 IB인 UBS의 왕타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말까지 LGFV 차입금을 포함한 중국 지방정부의 채무가 약 42조7천억위안(약 7천835억원)으로, 지역 금융권 채무의 73%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차이신이 전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몇 년 새 부동산·건설 경기의 장기 침체 속에서 각 지방정부의 LGFV 차입금이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조차 내기 어려운 악성 부채로 바뀌자 긴장해왔다.
과거 경제 위기 때마다 대규모 부동산·건설 부양 카드를 활용해왔던 중국 당국은 다시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LGFV 부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에선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촉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부동산개발기업들에 돈을 댄 '그림자 은행'인 중즈(中植)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당국의 대대적인 부동산업계 수사로 2021년 말 당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이 디폴트로 몰린 데 이어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여타 건설·부동산 기업들도 자금난에 허덕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비구이위안 사태로 인해 부동산·금융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형국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연이은 금리 인하 조치와 시중 은행의 대출 확대를 촉구하는 방식으로 부동산·금융 위기 극복을 꾀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사실상 기준 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45%로 0.1%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에 이어 2개월 만에 금리를 다시 내린 것이다.
앞서 지난 15일 인민은행은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65%에서 2.5%로,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금리는 1.9%에서 1.8%로 각각 낮춤으로써 시중에 총 6천50억 위안(약 111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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