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정상회의 앞두고 대국민 연설…"열강 경쟁 안 휘둘릴 것"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의 신흥 경제 5개국)의 회원국 확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밤 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한층 균형 잡힌 세계 질서를 열망하는 다양한 국가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브릭스의 가치는 현 회원국들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확장성을 가진다"며 "우리의 노력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브릭스는 포부와 관점을 공유하는 다른 나라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2∼24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을 확대하는 외연 확장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힌다.
지금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 23개국이 가입을 공식 요청했고, 관심을 표명한 나라까지 포함하면 40여개국에 달한다.
경제·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견제와 압박을 받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립을 탈피하려는 러시아는 브릭스의 외연 확장에 적극적이다.
특히 중국은 최근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미일의 공조 강화에 맞서 브릭스를 토대로 우군 확보에 나서는 양상이다.
실제 가입 요청국에 벨라루스와 쿠바, 이란, 베네수엘라 등 친러 또는 반미 성향의 국가가 다수 포함되면서 일각에서는 브릭스가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반미 또는 반서방 블록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라마포사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 강대국들 사이의 경쟁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관측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계 강대국 중 하나 또는 영향력 있는 국가들과 동맹을 맺으라는 압력에 저항해 왔다"며 앞으로도 비동맹 정책에 전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외무부) 장관도 전날 국영방송 SABC에 출연해 "브릭스의 회원국을 늘리는 것이 '친러시아' 또는 '반서방' 블록의 형성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4년 만에 대면 방식으로 열리는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나젠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러시아를 제외한 4개국 정상이 모두 직접 참석한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대신 보내고 화상으로 참여한다.
아프리카 대륙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국가 정상을 비롯한 정상급 인사 50여명도 참석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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