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정치화·국방부 진보정책 반대…우크라 '백지수표 지원' 노"
공화 소속 매카시 하원의장 제안에 제동…민주 "수용 어려운 조건"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국 공화당의 강경파 의원 모임 '프리덤 코커스'가 미 의회의 임시 예산 편성에도 발목을 잡고 나섰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에서 강경파가 사실상 임시 예산에 제동을 걸면서 내년도 연방정부 예산 논의에 비상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프리덤 코커스는 2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지난주 같은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제시한 연방정부 임시예산 처리의 전제 조건으로 민주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 사항을 내걸었다.
이들은 "민주당이 코로나 시절 부풀린 예산을 지속하도록 하는 어떤 조치에도 반대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국경 통제와 법무부 정치화 제한, 국방부의 이른바 '진보정책'(WOKE) 철회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들의 구체적인 요구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일부 의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를 전면에서 지휘한 연방수사국(FBI)을 완전히 폐지하거나 일부 직원들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를 요청해 왔다.
프리덤 코커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백지수표' 지원도 반대한다면서 사실상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제동을 걸 태세를 분명히 했다.
미국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1일 시작한다. 이 때문에 9월말까지는 의회가 세출법안을 처리해야 정부 파산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이번달이 휴회인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에 집중적으로 세출법을 처리해야 하지만, 공화당의 하원 장악 이후 사안마다 양당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시한에 맞춘 원만한 합의 처리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매카시 의장이 지난 14일 최악의 정부 셧다운 사태를 막기 위해 연말까지 전년도 수준에서 예산을 계속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예산안(CR·Continuing Resolution) 처리 필요성을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NBC 방송은 이와 관련해 "공화당 극우 코커스가 임시예산 처리와 맞바꾼 일련의 보수 정책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절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매카시 의장에게 압박하고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들의 성명 발표 이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하킴 제프리스는 트윗을 통해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정부 셧다운을 작심했다"고 비판했고,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 역시 "공화당이 당파적 방향으로 향한다면 셧다운의 원흉은 공화당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강력한 난민 정책을 포함해 좌파 정책 척결을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공화당 내 강경 보수 성향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는 이미 지난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서도 똘똘 뭉쳐 매카시 의장에게 반대표를 던지며 위력을 과시한 바 있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신승을 거둔 공화당은 당내 강경 소수인 이들의 지지가 없이는 공화당이 원하는 내용을 담은 의안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5월 부채한도 상향을 놓고도 양당의 강경파에 휘둘리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일보 직전의 상황까지 내몰린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의 담판으로 최악의 디폴트는 피해갔지만,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정치환경 양극화를 이유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하는 등 심각한 후폭풍이 이어졌다.
다만, 공화당 강경파가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공화당 지도부와 민주당 지도부가 타협을 통해 합의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타결책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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