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장관 방중 목적은 '첨단기술 제한' 선제적 해명"

입력 2023-08-23 11:05   수정 2023-08-23 11:11

"미 상무장관 방중 목적은 '첨단기술 제한' 선제적 해명"
WSJ "첨단반도체 통제 막바지…의도 설명할 기회"
갈등관리 모드…11월 미중 정상회담 땅고르기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미국·중국 관계에서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까다로운 경제 현안들을 들고 이달 말 중국을 방문하기로 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이달 초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규제하기로 발표한 만큼, 러몬도 장관이 이와 관련해 중국과 어떻게 소통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당국자들과 업계가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 문제를 오는 27∼30일 러몬도 장관의 방중에서 중요한 의제로 꼽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r규제를 위한 최종 규칙 발표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것이 이번 방중의 주요 의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중국을 견제하거나 양국을 가르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한 조치임을 설명하는 것이 러몬도 장관이 베이징에 전달할 메시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중국과 치열한 경쟁 중"이라면서도 "경쟁이 갈등으로 흐르지 않도록 관리하려면 치열한 경쟁에는 치열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특사에 이어 6월 이후 네 번째로 방중하는 미 정부 고위급 인사로, 중국 정부에 특히 중요한 현안인 경제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서는 제조업과 수출 둔화, 외국투자 감소, 높은 청년 실업률, 디플레이션 징후 등 경제 상황이 악화한 터라 미국과의 긴장을 완화해야 할 강력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경제·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러몬도 장관은 27∼30일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해 카운터파트인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회담하고 중국 경제정책 당국자 및 중국 내 미국 기업인 등을 만날 예정이다.
미국 상무부는 러몬도 장관의 방중에 앞서 27개 중국 기업 및 단체를 '잠정적 수출통제 대상' 명단에서 제외했으며, 이는 중국 외교부로부터 "호혜 상생의 원칙에 따른 소통으로 구체적인 우려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호응을 끌어냈다.

블링컨 장관부터 러몬도 장관까지 잇단 미 고위급 인사의 방중은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정상회담의 길을 트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경제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긴장은 단숨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앞서 미국은 중국 해커들이 지난 5월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의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 정부 조직 등 25개 기관의 이메일에 침입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피해자 중에는 러몬도 장관이 포함돼 있었다.
중국이 핵심 산업 분야를 장악하고자 하고 미국은 중국이 군사·정찰 능력 강화에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만큼 기술은 중심 격전지에 놓여 있다고 WSJ은 짚었다.
미국이 최근 발표한 첨단 반도체, 양자 컴퓨팅, AI 등 대중국 투자 제한은 비교적 좁은 분야를 겨냥한 것이지만, 기업들로서는 투자환경을 위축하는 더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상무부는 첨단 반도체 관련 수출 제한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며, 이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수출 통제 이상으로 제한 조치를 추가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있다.
나오미 윌슨 정보기술산업협의회 아시아 정책 부사장은 "러몬도 장관이 (미국) 정책의 의도가 무엇이고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과도한 지장을 주지 않도록 어떻게 범위를 설정했는지 그들(중국 정부)이 이해할 수 있도록 중국 당국자들과 함께 정책을 살펴보기에 적절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과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중국 사무소에 대한 조사,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제품의 보안 문제 적발 등 중국 당국이 미국 기업들에 대해 최근 취한 조치들 역시 미국 당국자들에게는 이번 방중의 의제라고 WSJ은 덧붙였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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