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발트해 연안 항구서 3차례 보내…쇄빙선 부족 등이 걸림돌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자국산 대표 원유인 우랄유를 유럽 대신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북극해 항로(NSR)를 활용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운송 시간 단축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러시아 에너지기업 가스프롬네프트와 로스네프트는 지난 7월 러시아 북서부 발트해 연안 항구인 프리모르스크와 우스티-루가 등 2곳에서 모두 20만t가량의 우랄유를 유조선 '프리모르스키 프로스펙트' 등 2척에 실어 중국으로 보냈다.
러시아가 북극해 항로를 통해 우랄유를 운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후 유럽을 대신할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과 인도 등에 러시아산 원유를 공급하기 위해 주로 지중해 등을 거치는 수에즈운하를 이용해왔다.
다만 원유 운송 시간과 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 중국 등으로 이르는 거리가 더 짧은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는 시도 역시 병행하고 있지만, 아직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는 발트해 연안 항구인 프리모르스크에서 중국 산둥성 르자오(日照)까지 수에즈운하를 이용할 경우 운송 기간은 평균 50일 정도가, 북극해 항로를 통해서는 40∼42일이 각각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발트해 항구에서 출발한 유조선들은 쇄빙선의 유도를 받고 있음에도 바다가 두껍게 얼어있는 북극해 동부 해역의 상황으로 인해 제 속도를 내지 못해 중국까지 운송 기간은 최대 50일이 걸릴 전망이다.
또 북극해 동부지역 해빙(海氷) 상황이 다소 나아진 이달에도 프리모르스크에서 우랄유 10만t을 싣고 출발한 유조선의 경우 중국에 도착하기까지 43일이 걸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러시아가 북극해 항로를 통해 중국 등으로 원유를 운송하려는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러시아 국영 원자력발전 기업 로사톰의 알렉세이 리하체프 대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의에서 원유 운송경로로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당시 리하체프 대표는 "북극해 항로는 가장 안전하고 매력적인 경로"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쇄빙 기능을 갖춘 유조선과 쇄빙선이 부족한 문제는 러시아가 북극해 항로로 많은 양의 원유를 운송하는 데 있어 걸림돌로 지적됐다.
러시아가 오랜 기간 개발에 공을 들여온 북극해 항로는 서부 북극권 카르스키예 해협에서 극동 추코트카 자치구의 프로비데니야만까지 약 5천600㎞에 이른다.
러시아는 해당 항로 개발을 위해 향후 10여 년 동안 1조8천억 루블(약 25조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후 아시아로의 원자재 등 수출 확대를 위해 극동으로 향하는 북극해 항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현재 3천만t 중반대 수준인 연간 화물 운송량은 2030년에 1억9천4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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