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사망에 러시아군 동요하나…우크라전에 미칠 영향은

입력 2023-08-24 11:58   수정 2023-08-24 17:29

프리고진 사망에 러시아군 동요하나…우크라전에 미칠 영향은
"반란 또 일어날 가능성" vs "영향 거의 없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숨지면서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과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프리고진의 사망이 러시아 군 내 긴장감을 높이고 군인들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는 예상을 전했다.
프리고진은 이날 비행기 추락으로 숨졌다.
그가 창설한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데 결정적 공을 세우는 등 큰 역할을 했으나 러시아 군부와의 갈등 등으로 지난 6월 반란을 일으켰다.
그가 이끄는 바그너 그룹은 반란 직후 러시아 서남부 로스토프주 군 시설을 장악한 이후 곧바로 모스크바를 향해 북진했고 하루도 안 돼 모스크바에서 200㎞ 내 거리까지 진입했다.
그러나 그는 돌연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협상을 통해 반란을 중단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가는 대신 그와 바그너 그룹 용병들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 고위층과 전쟁에 비판적 발언 때문에 프리고진을 좋아하던 러시아군 일부는 그의 사망으로 인해 동요할 수 있다고 외신은 진단했다.
블로거인 러시아 군인 예고르 구젠코는 "그가 정말 죽은 것이라면 나는 짐을 챙기겠다"며 "우리는 이 망할 전쟁이 필요 없다"고 블로그에 썼다.
애틀랜틱 카운슬 산하 스코크로프트 전략안보센터의 제프리 치미노 부국장은 만약 프리고진의 사망 배경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있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남은 바그너 그룹 세력이 러시아 군부에 다시 도전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남은 바그너 세력의 반란 의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단기간에 반란이 또 일어난다면 최전방 러시아군의 사기가 떨어지고 지휘 통제는 약화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치미노 부국장은 프리고진의 지지자들이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푸틴이 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될 때까지 더 기다렸다가 반란에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프리고진의 사망이 푸틴의 권력을 더욱 공고화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애틀랜틱 카운슬 유라시아 센터의 앤드루 다니에리 부소장은 "프리고진이 오른팔인 드미트리 우트킨과 함께 정말 체스판에서 사라졌다면 푸틴 대통령의 권력에 대한 가장 조직적인 무장 위협은 현재로선 해제됐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프리고진의 사망이 알려지면서 크렘린궁 내에 푸틴에 대한 공격을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의 의욕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푸틴 대통령이 완전한 통제력을 유지하지는 못하더라도 프리고진의 사망으로 러시아 내 위협은 동결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AP통신도 프리고진의 사망이 확인되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바그너 그룹은 지난 5월 말 자신들이 점령했던 바흐무트에서 이미 철수했기 때문이라고 AP는 전했다.
한편 프리고진이 탄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러시아 시민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사실 대부분의 러시아인은 이 사고가 더 빨리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에 더 놀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은 바그너 그룹 본부 건물 앞의 임시 추모 장소 앞에 꽃을 놓고 촛불을 켰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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