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 분석…"어민들에게 원전 폐쇄 위해 방류 필요 강조"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올해 봄부터 여름쯤'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해양에 방류하겠다고 예고한 일본 정부가 결국 '8월 24일'에 방류를 개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하자마자 후쿠시마 원전 시찰과 어민 면담을 하고 지난 22일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이틀 뒤에 오염수를 방류하는 일정을 확정했다.
2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방류 전날인 23일 "마지막에 제가 전면에 서지 않으면 정리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종합 보고서를 공개한 지난달부터 오염수 해양 방류 개시 시점으로 8월 초순, 중순, 하순 등 세 가지 선택지를 두고 논의를 이어갔다.
8월 초순에 방류를 시작하는 방안은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저인망어업이 재개되는 내달 1일과 시간 차이가 있지만,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이어서 홍보전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낙점하지 않았다.
또 일본 명절인 '오봉'이 있는 8월 중순에 방류하는 안은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 일자가 이달 하순에서 18일(미국 현지시간)로 앞당겨지면서 백지화됐다.
이에 따라 오염수를 8월 하순부터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 내보내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는 정권 운영에 미칠 악영향을 억제하기 위해 되도록 빠르게 방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전했다.
총리관저 간부는 8월 하순에도 방류 개시를 피해야 하는 날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8월 24일이 유일하게 고를 수 있는 날이었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8월 25일은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인 혼슈 동북부 이와테현 의회 선거가 고시돼 유세전을 고려하면 방류하기 어려웠다.
또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가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28일 직전에 방류하는 안은 중국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택할 수 없었다.
여기에 기시다 총리의 귀국과 후쿠시마 저인망어업 재개, 오염수 방류 후 바닷물과 해산물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8월 24일이 가장 적합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편 아사히는 일본 정부가 사고 원전을 폐쇄하려면 오염수 방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세워 방류에 반대하는 어민들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원전 폐쇄'를 강조한 이유는 지난달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과 만난 후쿠시마현 어업 관계자들이 "40∼50년 후에 폐로(廢爐·원자로 폐쇄)가 됐을 때 후쿠시마의 어업이 존재하면 처음으로 이해가 성립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지난 21일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과 면담에서 원전 폐쇄는 후쿠시마 부흥의 전제이며, 오염수 처분은 원전 폐쇄의 전제라는 점을 근거로 이해를 구했다.
사카모토 회장은 당일 관계자의 이해 없이 오염수를 처분하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2015년 약속이 지켜졌다고 보는지에 관한 물음에 "약속이 깨진 것은 아니지만 지켜지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사카모토 회장의 발언이 만족스럽다고 판단해 방류를 강행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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