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준다더니 총칼 꺼내"…보이스피싱 조직서 구출된 中청년

입력 2023-08-25 15:53  

"큰돈 준다더니 총칼 꺼내"…보이스피싱 조직서 구출된 中청년
中매체, 고임금에 현혹당해 미얀마에 구금됐던 청년 사례 소개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그 사람이 총을 꺼냈을 때 정말로 절망했어요. 주먹이 무릎에 날아오자 '난 이제 죽었구나' 싶었습니다."
지난 21일 중국 후베이성 셴타오시의 한 파출소. '링링허우'(00後·2000년대생)인 샤오창은 미얀마에서 도망쳐 중국에 돌아온 일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눈은 핏줄이 터져 빨갛게 변했고, 말을 하는 중에도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후베이 지역 매체 극목신문에 따르면 우한에 살던 일용직 샤오창은 올해 4월 동료 샤오뤄와 함께 인터넷 서핑을 하다 고임금 일자리를 하나 발견했다.
'전화 광고 업무'라는 문구와 함께 '숙식 제공, 기본급 5천위안(약 91만원)에 인센티브'라는 소개가 달려있었다.
동료는 곧장 업체에 연락했고 "일단 와서 해보라"는 말을 들었다. 업체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둘 수 있고, 왕복 차비도 준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전화 광고 업무'만 하면 당시 벌던 돈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곧장 업체가 안내한 중국 남부 윈난성으로 갔다.
그런데 차를 갈아타는 도중에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 두 사람이 샤오창 일행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가버린 것이다. 두 사람은 저항하려 했지만 상대방은 허리춤에 찬 칼을 보여주며 겁을 줬다.
샤오창은 이때부터 모르는 사람이 자신들을 오토바이에 태운 채 국경으로 데려갔다고 했다. 주변은 온통 칼을 든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서너시간 뒤 이들은 국경을 넘었고, 곧이어 총으로 무장한 보초가 있는 한 건물로 끌려갔다.
사장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나를 따라 돈을 벌든, 이 작고 검은 집에 갇히든 결정하라"고 했다. 근처에선 샤오창 또래의 한 사람이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바닥에 누워있었는데, 숨이 간당간당해 보였다. 사장은 '인사 선물'이라며 이들에게 3천위안(약 54만원)을 건넸다.
훈련은 다음 주부터 시작됐다. 샤오창은 팀장 1명의 관리를 받으며 7∼8명과 함께 실습했다. 강사는 "스스로를 성공한 사람처럼 포장해 상대방의 신임을 얻도록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샤오창이 맡은 업무는 '회사'가 제공한 휴대전화로 온라인 동영상 소셜미디어(SNS)에 접속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것이었다. 대본에 따라 하루 이틀 정도 채팅을 하면서 감정을 주입하고, 상대방이 사기 범행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회사'는 열흘에 한번씩 조직원들을 평가했다. 성과가 좋으면 보상받았고, 실적이 별로면 체벌당했다. 샤오창은 주로 체벌 쪽이었다. 정수기를 들고 한 시간 동안 기마자세를 하거나 폴리염화비닐(PVC) 몽둥이로 피부가 벗겨지도록 맞는 사람도 있었다.
한 달 뒤 샤오창과 함께 온 샤오뤄는 창문으로 달아났다가 붙잡혔고, 이후 행방불명됐다. 생사는 알 수 없고, 다른 사기 업체에 팔려 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도망치고 싶던 샤오창은 가끔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 순간밖에 희망이 없다고 보고, 어느 날 팀장의 허락을 받아 집을 나온 지 한 달여 만에 집에 연락했다.
샤오창의 아버지는 아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설명을 들은 뒤 사기 업체에 붙잡혔다는 걸 알아채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샤오창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들이 간혹 연락을 할 수 있을 때마다 실마리를 모았고, 결국 샤오창을 잡아둔 업체가 미얀마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샤오창이 부모와 연락하며 업체를 벗어나려 한다는 걸 눈치챈 대표가 총을 꺼내 위협하는 등 위기도 있었지만 경찰은 그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샤오창은 사장이 "너를 당장 죽이고 산속에 구덩이를 파묻어 버릴 수 있다"고 한 말에 겁에 질렸었다고 떠올렸다.
중국 공안당국은 올해 들어 미얀마 등 해외에 본거지를 둔 통신사기 범죄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23∼24일 이틀에 걸쳐 통신사기 용의자 11명이 미얀마에서 검거돼 중국에 송환됐고, 이 가운데는 중국인들을 유인해 고용한 온라인 도박 조직 두목과 투자 사기 조직 수괴도 있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x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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