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된 '환매중단 펀드'…투자자 5조원 피해봤다

입력 2023-08-27 06:13  

애물단지된 '환매중단 펀드'…투자자 5조원 피해봤다
환매중단 관련 판매사 제재 아직 진행중…잔류 민원 1천건 넘어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임수정 채새롬 오지은 기자 = 금융감독원이 최근 라임·옵티머스 등 펀드사태 관련 특혜성 환매 의혹을 포함한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최근 수년간 환매 중단된 펀드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금액은 5조원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처리되지 않고 잔류 중인 민원이 절반에 달하고, 피해자들에게 지급된 배상액은 피해액의 4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환매 중단에 1만3천여명 피해봤는데 제재는 '솜방망이'
2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7월까지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 관련 투자자 수는 1만3천176명, 판매 잔액은 5조159억원에 달한다.
이중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10월 환매가 중단된 라임펀드(4천473명·1조5천380억원), 2020년 6월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 펀드(884명·5천84억원), 2019년 7월 환매 중단된 독일 헤리티지펀드(1천695명·4천772억원), 2019년 4월 환매 중단된 디스커버리펀드(1천278명·2천612억원), 2019년 12월 환매 중단된 이탈리아 헬스케어(590명·1천753억원) 등이다.
이 밖에도 Gen2(590명·7천367억원), 팝펀딩(182명·1천378억원), 피델리스(1천81명·3천445억원), 알펜루트(1천172명·1천457억원), 트랜스아시아무역금융(435억원·3천302억원) 펀드 등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큰 피해를 양산했다.
그러나 환매가 중단된 펀드 관련 운용사 및 판매사에 대한 징계 및 법적 조치는 대체로 속도가 느리거나 처분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5월까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은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76억6천만원을, 신한은행은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57억1천만원을, 신한금융투자는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40억8천800만원 등의 법적 조치를 부과받았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NH투자증권은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51억7천만원을, 하나은행은 업무 일부정지 처분을 받았다.
기업은행은 라임펀드, 디스커버리펀드와 관련해서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47억1천만원을 부과받았다.
디스커버리펀드 관련 IBK투자증권은 기관 경고와 과태료 12억7천만원, 유안타증권은 기관 경고와 과태료 11억8천600만원을 받았다.
아직 제재가 정해지지 않은 사례도 다수다.
라임펀드 등과 관련해 현대차증권·교보증권·SK증권에 대한 제재는 진행 중이고, 디스커버리펀드와 관련해서 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NH투자증권·신영증권·하이투자증권 등에 대한 제재도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에 대한 플랫폼펀드 관련 제재, 하나은행에 대한 라임·피델리스펀드 관련 제재 역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운용사들의 경우도 독일 헤리티지, 팝펀딩, 이탈리아 헬스케어 등에 대해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 잔류 민원만 1천여건…선지급·배상액, 피해액의 47.5% 불과
환매 중단 펀드에 대한 분쟁 조정도 오래 걸리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현재 금감원에 접수된 사모펀드 분쟁 민원은 총 2천604건이고, 잔류 민원은 총 1천55건에 달했다.
금감원이 이번에 추가 위법 사실을 적발해 발표한 라임 펀드에 대한 잔류 민원만 228건이고,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한 잔류 민원도 121건에 달한다.
이외에도 Gen2 펀드(102건), 팝펀딩 펀드(65건), 라움 펀드(60건), TA무역금융 펀드(58건), 독일 헤리티지 펀드(54건), 피델리스 펀드(52건), 그린에너지 관련 펀드(35건),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33건) 등 민원이 잔류 중이다.
다만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이탈리아 헬스케어, 독일 헤리티지 등 많은 투자 피해가 발생한 5개 펀드 등에 대해서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분쟁조정을 마무리한 상황이다. 대표 민원 사례를 상정하고 양 당사자 간 조정이 성립했기 때문에 나머지 투자자는 동일 기준으로 금융회사가 민원에 대해 자율 조정을 진행 중이다.
앞서 금감원은 2020년 6월부터 분조위를 통해 3개 펀드(라임 무역금융 2018년 11월 이후 판매분·옵티머스·헤리티지 펀드) 투자자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조정했다. 라임 국내·디스커버리 등 펀드 투자자에 대해서는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손해액의 40∼80% 수준의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투자자들이 현재까지 받은 배상액은 피해액의 47.5% 수준이다.
환매 중단된 펀드 투자자의 피해 금액은 5조159억원이지만, 올해 2월 말 기준 이들에게 소비자 피해보상 차원으로 선지급되거나 배상된 금액 총액은 2조3천838억원에 불과했다.
이 금액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배상액, 분쟁조정 외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산정한 배상액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환매 중단된 주요 사모펀드 관련 가지급금은 라임펀드 7천797억원, 옵티머스 3천250억원, 독일 헤리티지펀드 4천151억원,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1천84억원, 디스커버리 891억원, Gen2 2천629억원, 팝펀딩 469억원, 피델리스 1천786억원, 포트코리아 251억원, UK루프탑 185억원, 트랜스아시아무역금융 947억원, 아름드리 308억원, 교보로얄클래스 90억원 등이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대상 사모펀드는 국내외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복잡한 구조로 연결돼 있고, 민·형사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도 많아서 여러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남은 분쟁 민원에 대해서도 신속히 분쟁조정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president21@yna.co.kr, sj9974@yna.co.kr, srchae@yna.co.kr, buil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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