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준비 힘들다"…국내기업 56% "ESG 의무공시 연기해야"

입력 2023-08-27 12:00  

"대기업도 준비 힘들다"…국내기업 56% "ESG 의무공시 연기해야"
대한상의, 국내 기업 100곳 조사…"구체적인 가이드라인·전문인력 양성 필요"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없고 표준 플랫폼도 없다. 이래서는 투자자도 상호 비교가 불가능하고, 기업만 공시정보에 대한 모든 위험 부담을 지게 된다." (대기업 임원 A씨)
"배출량을 측정하는 전사 시스템을 갖추는 데만 3∼4년이 소요된다. 스코프(SCOPE) 3 공시나 연결기준 스코프 1·2 공시는 당장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 지주사 실장 B씨)



오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의무화되지만, 여전히 대기업조차 공시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 100곳의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국내 ESG 공시제도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최소 1년 이상 연기하고, 일정 기간(2∼3년) 책임면제 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56.0%를 차지했다.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2025년, 나머지 상장사는 2030년부터 의무화하고 코스닥 기업은 제외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은 27.0%였고, '자산 1조원 이상 기업은 2027년부터로 앞당기고, 자산 5천억원 이상 코스닥기업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은 14.0%였다.
대다수 기업은 'ESG 공시는 중요하다'(88.0%)고 인식하고 있었다. 중요한 이유로는 이해관계자에 중요한 정보(46.6%), 투자의사 결정에 필요한 위험·기회 요인 파악(30.7%) 등을 꼽았다.



현재 ESG 자율공시 중인 기업은 53.0%였으며, 준비 중인 기업은 26.0%, 준비하지 않는 기업은 21.0%로 집계됐다. 현행 ESG 자율공시는 의무공시와 달리 공시 항목, 공시정보에 대한 책임 등에서 자유롭다.
ESG 자율공시 기업 중 90.6%는 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하는 반면 내부 인력만으로 공시하는 곳은 9.4%에 그쳐 준비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시를 위한 자체 ESG 전산시스템을 보유한 기업도 14.0%에 불과했다.
ESG 공시에 투자하는 비용은 1억∼2억원(50.9%)이 가장 많았고, 2억원 이상도 28.3%였다.
협력사 등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간접 배출량인 스코프 3 배출량 공시에 대해서도 기업은 여력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절반 이상의 기업은 스코프 3 공시 의무화 일정을 늦춰야 한다(61.0%)고 답했다.
현재 스코프 3을 공시 중인 곳은 32.0%에 그쳤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 도입과 관련, 전면 도입보다는 국내 상황에 맞춰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도입하자는 의견(74.0%)이 우세했다.
특히 연결기준 공시에 대해 기업들은 큰 부담감을 토로했다. '개별회사 정보만 공시하고 추후 확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77.0%로, '종속회사까지 모두 포함해 공시해야 한다'는 의견(22.0%)보다 훨씬 많았다.
기업들은 협력업체 데이터 측정·취합 어려움(63.0%)과 구체적인 세부 가이드라인 미비(60.0%)를 ESG 공시 관련 애로사항(복수응답)으로 꼽았다.
ESG 공시 의무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복수응답)로는 업종별 ESG 공시 세부 지침·가이드라인 제공(82.0%), ESG 전문인력 양성·공급(57.0%), 공시 관련 컨설팅 비용 지원(47.0%) 등을 제시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ESG 공시가 규제가 아닌 지속가능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유예기간을 충분히 주고, 명확하고 간소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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