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촌 유상 수용으로 부동산 활성화 목적…지방은 재정난, 중앙은 지원 안해"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의 부동산 경기 둔화로 주택 재고가 늘면서 일부 지방정부들이 낙후 지역 재개발과 유상 수용을 시도하고 있지만 부동산 활성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중국 남동부 저장성 자싱시는 25일 외곽의 낙후 지역 재개발·주민 재정착 정책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른바 '방표'(房票·주택표)라 불리는 유상 수용 방식이 설명된 대목이다.
방표는 주택을 이전·개조할 때 피수용 가구의 권리를 정량화해 수용인(지방정부 등)이 지급하는 정산증명서다. 수용된 가구가 일정 범위·시간 안에 다른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유가증권인 셈이다.
자싱시는 방표 보상을 선택한 주민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이 권리를 지역 단위를 넘어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제일재경은 최근 2개월간 중국 곳곳을 조사한 결과 안후이성 허페이와 장쑤성 난징, 저장성 란시, 허난성 정저우·후이셴, 장시성 난창 등 도시가 성중촌(城中村·도시 외곽에 이주민이 모여 만든 환경이 열악한 주거지구) 재개발을 위한 수용 과정에서 방표 등 현금성 수단 위주의 보상 방식을 장려·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방표 보상을 활용한 재개발 붐은 2015∼2017년에 나타난 현상이다. 당시 국무원은 빈민촌 재개발에서 주민 재정착과 금전 보상을 병행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그간의 '대량 철거 대량 건설' 방식이 원주민 재배치 문제를 잇따르게 했다는 고려 때문이다.
이 무렵부터 저장성 등에서 피수용 가구가 방표로 다른 집을 사게 하는 방식이 시범 도입됐고, 이후 방표 보상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했다.
중국 주택도시농촌건설부의 한 관계자는 "당시 방표 재배치는 확실히 재개발 과정을 가속화했다"며 "단기적으로 주택시장 소비를 활성화함으로써 고(高)투자-고회전-고수익의 사이클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도 있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3·4선 중소도시에 신축 주택 재고가 줄지 않거나 건축이 중단되는 등의 문제가 나오고 있는데, 이 시기에 토지를 과도하게 판매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2018년 지방정부 등이 재정 능력을 따져 재개발 명목으로 맹목적인 자금 차입을 할 수 없게 하는 정책 조정을 했다.
상황이 다시 바뀐 것은 작년이다. 전국적으로 주택 거래가 줄어들면서 재고 소진 주기가 작년 7월 기준 58.1개월에 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쌓이는 주택 재고에 부담을 느낀 중소 지방정부가 하나둘씩 방표 보상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고, 올해 더 명확해진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이 흐름은 대도시로까지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제일재경은 현재 전국 지방정부들의 재정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방표 보상이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재고 소진을 이끌어내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민성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앞선 2014∼2019년 대규모 재개발 기간에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은 정책은행들에 담보보완대출(PSL) 형식으로 약 3조6천억위안(약 654조1천억원)의 자금을 지원해줬다. 이는 전체 재개발 자금원의 80% 안팎에 달하는 규모였다. 하지만 이번 재개발 국면에는 이런 중앙정부의 지원이 아직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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