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전 직결 후진국형 사고에 '무관용 처분' 원칙 제시
원희룡 "안전 저버리는 기업, 기업활동 자격없다"
영업정지 최종결정 시 공공·민간 수주활동 중단…기업평판 추락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정부가 27일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와 관련해 GS건설[006360]에 내린 '영업정지 10개월 처분' 방침은 사실상 최고 수위 징계로 받아들여진다.
철근을 빠뜨려 지하주차장이 무너지는 '후진국형 사고'를 유발한 데 대해 철퇴를 내린 것이다.
GS건설은 영업정지 처분이 최종 확정될 경우 해당 기간 신규 수주를 하지 못하는 등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 후진국형 사고에 최고수위 징계…업계 "현대산업개발보다 강력 처분"
GS건설에 대한 영업정지 10개월은 국토교통부 장관 직권 8개월 처분과 서울시 처분 요청 2개월을 합친 것이다.
이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에 따른 조치다. 법에서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함으로써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발생시켜 공중의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 최장 1년의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다.
직접적인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국토부 차원의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은 사실상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로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처분 주체인 서울시는 시공 업체인 HDC현대산업개발에 1년 4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영업정지 1년 4개월 중 8개월은 부실시공 관련이며 나머지 8개월은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에 따른 것이어서 사실상 GS건설에 대한 이번 처분이 HDC현대산업개발 때보다 강력하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에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 건설사 임원은 "HDC현대산업개발에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GS건설에 대한 영업정지 기간은 이보다 짧을 것으로 다들 예상했다"며 "전면 재시공까지 결정한 GS건설 입장에서는 타격이 크겠지만, 부실시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메시지는 확실히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이 같은 조치는 그만큼 이번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의 32개 기둥 가운데 19개에서 철근이 빠졌고, 콘크리트 강도도 기준 미달이었다.
설계 때 철근이 빠진 데 이어 GS건설이 시공하면서 철근이 추가로 누락됐다. 나아가 감리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건설 전 과정에서 총체적 문제점을 여과 없이 노출했다.
국토부가 이날 발표한 추가 조사 결과, 검단아파트의 주거동에서도 콘크리트 강도가 일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GS건설의 83개 현장 조사에서도 건설 안전관리비와 품질관리비 미계상, 철근 시공 미흡 등 251건의 지적사항이 발견돼 정부는 과태료 부과와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취했다.
정부의 이번 고강도 처분은 유사 사고 재발 시 건설사에 물을 책임 수위에 대한 일종의 선례를 남기기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도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안전을 저버리고, 안전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안하는 기업은 기업 활동을 할 자격이 없다"며 "안전사고만 나지 않으면 비용을 아낀 만큼 이익이라는 불감증을 끊고, 기업이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는 잣대로 이 문제를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또 "사고 책임 주체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으로 처분한다"며 "건설주체별 위법 행위에 대해 관련 법상 가장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 전면 재시공 결정에도 영업정지…GS건설 영업활동 '빨간불'
정부의 고강도 처분에 GS건설은 경영상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GS건설은 이미 주거동을 포함해 검단아파트의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고, 이로 인해 5천500억원의 공사 비용을 결산 손실로 반영한 상태다.
이에 따라 GS건설은 올해 2분기 4천1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영업정지가 시작되면 공공·민간 사업 모두에서 '수주 활동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국토부의 행정처분은 행정처분심의위원회의 청문 및 심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되는데, 심의위가 국토부 장관 직권의 '영업정지 8개월'을 결정하고, 서울시가 국토부의 '영업정지 2개월' 요청을 받아들이면 GS건설은 10개월간 영업이 중단된다.
행정처분을 받기 전 계약을 체결했거나 인허가를 받아 착공한 건설공사는 계속할 수 있지만, 사실상 연중 '개점휴업' 상태에 놓이는 셈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GS건설의 평판 및 '자이'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후 온라인 등에선 GS건설을 두고 '순살 아파트' 등의 별칭이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 타격은 국내외 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 신용 평가 등과도 직결된다.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서울시의 영업정지 결정 이후 수주 계약이 취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며,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2023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11위를 기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는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영업정지가 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이런 가능성이 언급된 순간부터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