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새 자산총액 10배·매출 6배·영업이익 9배로 성장
'BBC' 중심 신성장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질적 성장도 도모
'SK그룹 회장·대한상의 회장·엑스포유치위원장' 활동 분주
대규모 투자따른 재무부담·주력분야 실적악화 등 '당면과제'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내달 1일로 취임 25주년을 맞는다.
외환위기로 암울했던 시기 SK그룹 총수 자리를 물려받은 최 회장은 대기업들조차 연이어 휘청이며 문을 닫던 상황에서 "혁신적 변화(Deep Change)를 할 것이냐, 천천히 사라질 것이냐(Slow Death)"라는 취임 일성과 함께 그룹 체질을 혁신적으로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였다.
이후 25년간 SK그룹은 자산과 매출 규모 등에서 급성장을 이어가 국내 재계 서열 2위로 올라섰고, 그룹의 기존 주력 분야였던 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에 이어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등 미래 신성장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질적 성장까지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새로운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막대한 외부 자금 조달로 재무 부담이 커지는 점, 지정학적 리스크를 비롯한 부정적 대외 요인으로 에너지, 반도체 등 주력 분야 실적이 악화한 점 등은 최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이 현재 직면한 숙제다.
◇ 자산총액 25년새 10배로…내수중심→글로벌 기업 도약
28일 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 약 32조8천억원이었던 SK그룹 자산총액은 올 5월 약 327조3천억원을 기록해 25년 전의 10배로 커졌다. 이에 따라 5위였던 SK그룹의 재계 순위는 지난해 5월부터 삼성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매출은 32조4천억원에서 지난해 224조2천억원으로 6배, 영업이익은 2조원에서 18조8천억원으로 9배가 됐다. 수출액은 8조3천억원에서 83조4천억원으로 약 10배 규모로 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액이 약 887조원인데, SK그룹이 약 10%를 차지한 셈이다.
이 같은 양적 성장은 과거 정유·석유화학, 정보통신 등 내수 중심 기업으로 인식되던 SK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변화시키고 사업 영토를 넓힌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해외 시장 개척, 수출 드라이브 등을 통해 SK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 지속가능성 고려한 성장동력 전환…'BBC' 중심 신사업 다각화
최 회장은 BBC와 수소 등 신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그룹의 질적 성장도 도모했다.
SK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BBC와 그린·첨단산업으로 본격 전환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하이닉스 인수 때부터다. 최 회장은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만으로는 그룹의 지속 성장과 발전이 어렵다고 보고 사내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 인수를 관철했다.
이후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업계가 투자를 줄이는 상황에서도 연구개발비를 비롯한 투자를 늘렸고, 키옥시아, 인텔 낸드 메모리 사업부, OCI머티리얼즈, LG실트론 등을 연이어 인수해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이루는 동시에 글로벌 일류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적 탄소중립(넷제로) 흐름에 맞춰 관련 사업 분야 육성에도 그룹 역량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현재 SK그룹의 또 다른 핵심 성장 동력인 배터리 사업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 개발·제조 솔루션 기업 SK온은 북미·유럽·중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 1.7기가와트시(GWh)였던 SK온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지난해 말 88GWh로 5년 만에 50배 수준으로 커졌다.
미국 조지아주에 2개 공장을 둔 SK온은 작년 7월에는 포드와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를 출범하고 테네시·켄터키주에 배터리 공장 3개를 건설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헝가리 코마롬시 1·2공장과 이반차시 3공장, 중국에서는 창저우·후이저우·옌청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수소 등 청정에너지 분야 성장도 꾸준히 추진 중이다.
SK그룹의 투자 전문 지주회사 SK㈜와 SK E&S는 2021년 수소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국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인수했다. 작년 8월에는 SK㈜와 SK이노베이션이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테라파워에 3천200억원을 투자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CGT)를 비롯한 바이오 분야도 SK그룹의 미래 핵심 먹거리 중 하나다.
SK케미칼은 1999년 국산 신약 1호 항암제인 선플라를 개발했고, SK바이오팜은 2015년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독자 개발하는 등 신약 개발에서 여러 성과를 냈다.
SK㈜는 원료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장을 위해 2017년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아일랜드 공장(현 SK바이오텍 아일랜드)을, 2018년에는 미국 CDMO 기업 앰팩을 인수했다.
이어 2019년 미국(앰팩)·유럽(SK바이오텍 아일랜드)·한국(SK바이오텍) 생산법인을 통합 운영하는 SK팜테코를 설립하고, 2021년 프랑스 CDMO 이포스케시를 인수해 CGT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 '모자 3개' 쓴 최태원…기업인 넘어 사회 리더로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SV)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사업에 내재화해야 기업 가치를 높여 지속가능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경영 지론을 실천해 왔다. 그룹 경영관리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에 2016년 사회적 가치 창출 조항을 명문화한 것도 최 회장의 철학과 관련이 있다.
최 회장은 앞서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 기업들이 창출하는 사회 성과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회성과 인센티브(SPC) 개념을 처음 제안했고, 그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탄소중립 동참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0년 11월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그룹 8개 관계사가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가입했고, 2021년 6월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는 최 회장이 SK그룹 차원의 넷제로 조기 추진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2021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하고, 작년 5월에는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을 맡는 등 사회 리더로서도 입지를 다졌다.
스스로 모자 3개(SK그룹 회장·대한상의 회장·부산엑스포 유치위원장)를 쓰고 있다고 할 만큼 기업 경영을 넘어 다양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
◇ 재무 부담·대외 리스크 등은 숙제…"탄력적 경영체계 마련"
다만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고 그룹의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재무 부담,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 등은 최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다.
과거부터 진행해 오던 사업들을 탄소중립 관점으로 전환하고, BBC 등 신성장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는 연구개발 투자와 관련 기업 인수 등 대규모 투자가 수반된다.
그러나 주요국들의 인플레이션으로 금리 인상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투자를 위한 외부 자금 조달은 자칫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우려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최근 SK그룹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해 주력 계열사들의 영업실적 부진과 운영자금, 설비투자 관련 외부 자금 조달이 지속하면서 차입 부담이 확대됐다"며 "차입 부담이 커지는 것을 억제할 적극적인 재무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외 변수에 따른 주요 업종 실적 악화도 그룹이 당면한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한기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와 유가 하락, 정제마진 감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며 "투자 부담 확대로 잉여현금흐름(FCF)은 적자를 기록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 6월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파이낸셜 스토리에 향후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에 맞춰 조직과 자산, 설비투자, 운영비용 등을 신속하고도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경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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