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교육 분리 원칙"…좌파 진영은 "시민 자유 제한" 반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프랑스 정부가 학교에서 이슬람 전통 의상인 아바야 착용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교육부 장관이 밝혔다.
27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아탈 장관은 프랑스 TF1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다음 달 4일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학교장들에게 교내 아바야 착용 제한에 관한 "국가 차원의 명백한 규칙"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이미 교육과 종교의 분리 원칙에 따라 무슬림 여성들의 머릿수건인 '히잡' 착용을 금지한 바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수개월간 교내 아바야 착용이 증가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에 긴장이 이어지는 등 아바야 착용과 관련한 논쟁이 계속돼 왔다.
주로 우파 진영에서 아바야 착용 금지를 요구해왔으며 좌파 진영에서는 시민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며 아바야 착용 금지에 반대해 왔다.
아탈 장관의 전임자인 팝 은디아예 전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한 학교장 노조의 질의에 "옷 길이를 특정하는 끝없는 목록을 발표할 수는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아탈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교내) 세속주의는 학교를 통해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는 자유를 뜻한다"며 아바야는 이같은 세속주의를 시험대에 올리는 '종교적인 제스처'라고 말했다.
그는 "교실에서는 학생을 보고 그 종교를 식별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서는 관련 법에 따라 학교에서 표면적으로 종교적 소속을 보여주는 복장이나 표식을 착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큰 십자가나 유대인 키파(모자), 이슬람 머릿수건이 포함된다.
그러나 검소한 복장에 대한 이슬람교 신념에 맞춘 길고 헐렁한 옷인 아바야는 회색지대에 있어 명확한 금지령이 내려지지 않았다.
다만, 프랑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아바야를 "종교적 소속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착용한다면" 금지할 수 있는 품목 중 하나로 제시한 안내문을 회람한 바 있다.
프랑스 자율노조연맹(UNSA) 전국학교장조합(SNPDEN)의 브뤼노 봅키위츠 사무총장은 "지침이 명확하지 않았는데 이제 명확해졌기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우파 야당인 공화당(LR)의 에릭 시오티 대표는 "우리는 여러 차례 아바야 착용 금지를 촉구했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좌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소속 클레망틴 오탱 하원의원은 정부가 "무슬림에 대한 강박적 거부"를 보여주고 있다며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발표는 34세의 아탈 장관이 올해 7월 사회적 논란이 되는 교육 현안들을 다루는 교육부 수장 자리에 오른 뒤 보인 첫 번째 주요 행보라고 AFP는 평가했다.
프랑스 정계의 떠오르는 스타인 아탈 장관은 제랄드 다르마냉(40) 내무장관과 더불어 2027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 이후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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