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의 탄소 배출, 불필요하고 불평등해" 주장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환경운동가들이 기후위기의 원인을 슈퍼 리치들의 과시성 소비로 보고 이들을 겨냥해 전 세계에서 과격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은 과거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석유와 가스 대기업, 은행과 보험회사를 타깃으로 삼았던 환경 운동가들이 최근엔 부유층의 요트, 개인 제트기 등 사치품을 겨냥한 시위를 하고 있다고 조명했다.
최근 몇 년간 지구 기온이 위험 수준으로 올라가고 홍수와 극심한 가뭄 등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기후 운동가들의 시위도 더욱 활발해졌다.
이들 중 일부는 땅바닥에 몸을 붙이고 도로를 가로막거나 골프나 테니스와 같은 유명 스포츠 경기를 방해하거나 유명 예술 작품에 페인트, 수프 등을 뿌리는 등 점차 그 방법이 과격해지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의 환경운동단체 '멸종 반란'(XR)이 극심한 가뭄에도 골프장들이 물을 너무 많이 쓴다며 스페인 내 골프장 10곳의 홀을 흙으로 메워버리는 일이 있었다.
다른 스페인 환경단체인 '푸투로 베헤탈'(식물의 미래) 활동가들은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의 상속녀 낸시 월턴 로리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슈퍼 요트에 스프레이를 칠했다.
올해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개인 제트기 박람회에서는 환경운동가 100명이 자신들의 몸을 항공기 통로와 전시장 입구 등에 묶어 행사를 방해했다.
독일의 환경 운동단체 '레츠테 게네라티온'(마지막 세대)은 북해 질트섬에 있던 개인 제트기에 스프레이를 뿌렸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월트디즈니의 상속녀로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인 아비게일 디즈니가 뉴욕주 이스트 햄프턴 공항에서 다른 시위자 13명과 함께 차량의 주차장 출입을 막았다. 다른 활동가들은 골프장을 파괴하고 박물관 갈라 행사를 방해하는가 하면 일부 개인 고급 주택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슈퍼 리치를 겨냥한 시위에 대해 XR의 캐런 릴린 운동가는 "우리는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생활 방식과 그것이 보여주는 불평등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배를 타고 피자를 사러 가는 슈퍼리치들의 불필요한 (탄소) 배출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사회과학자 데이나 피셔는 "사치스러운 생활 방식은 기후 위기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디애나 대학교의 리처드 윌크 교수는 슈퍼리치들의 호화 여행이 탄소 배출의 '실제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윌크 교수가 지난 2021년 억만장자들의 연간 탄소 배출량을 계산했더니, 승무원과 헬리콥터 이착륙대, 잠수함, 수영장을 갖춘 슈퍼 요트의 경우 연간 약 7천20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일반 승용차의 연간 배출량보다 1천500배나 많은 수치다.
기후 운동가들의 과격한 시위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마이클 만 교수는 "(과격 시위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이 전체 탄소 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화석 연료 대기업들에서 개인으로 옮겨가고, 그로 인해 관련 규제에 대한 관심도 적어지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해결책은 부유층이든 저소득층이든 모든 사람이 탄소 기반 에너지를 덜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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