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바이러스 감염 사례 끊이지 않아…분쟁 빈발 속 감염 확산 가능성 우려"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와 엠폭스에 대해서는 올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언을 해제했지만 소아마비에 대해서는 PHEIC를 유지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WHO에 따르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 보건 규약 긴급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폴리오라고도 불리는 소아마비에 대해 내려진 PHEIC를 3개월 더 유지하기로 했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이다.
특정한 질병의 유행이 PHEIC로 규정되면 이를 억제할 수 있도록 WHO가 각종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다.
WHO가 소집한 전문가들은 3개월마다 회의를 열어 PHEIC 유지 여부를 정하는데, 2014년에 PHEIC이 발표됐던 소아마비는 9년간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WHO가 지난 5월 코로나19와 엠폭스에 대한 PHEIC를 잇달아 해제하면서 소아마비는 PHEIC가 적용된 유일한 질병으로 남아 있다.
소아마비는 바이러스에 의해 급성으로 감염되며, 주로 소아의 뇌와 척수 등과 같은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유발함으로써 일시적 혹은 영구적 신체 마비나 변형이 생기는 질환이다.
현재 야생에서 병을 옮기고 다니는 원천 바이러스인 야생폴리오바이러스 1형(WPV1)에 감염되거나 면역성을 만들기 위해 소량 주입하는 소아마비 백신 내 바이러스(순환 백신 유래 폴리오바이러스·cVDPV)가 병을 일으킨 경우 등 2가지 발병 경로가 있다.
WHO는 올해 들어 파키스탄에서 2건의 WPV1 발병 사례가 발견됐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동일한 발병 건수 5건이 나오는 등 질병 전파 사례가 끊이지 않는 점을 PHEIC 유지 결정의 근거로 들었다.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와 나이지리아 북부, 예멘 북부,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cVDPV에 의한 발병 사례가 지속해서 나온다. cVDPV에 의한 소아마비는 예방접종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거나 접종 횟수가 불충분한 경우 발병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리카에서도 cVDPV에 의한 발병 사례가 감소 추세를 나타내지만, 곳곳에서 분쟁이 빈발해 이주민이 다수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국경을 넘어 감염이 확산할 위험은 여전하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WHO는 이 밖에도 발병 국가와 인접국 내 예방접종 환경이 취약한 점, 몇몇 WPV1 발병 사례의 감염 경로가 불명확한 점 등을 고려해 소아마비에 대한 PHEIC를 유지하기로 했다.
소아마비가 코로나19처럼 전 세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 아닌데도 WHO가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지속하는 건 질병 근절 목표와 관련이 깊다는 관측이 많다.
이미 야생폴리오바이러스 가운데 2형(WPV2)과 3형(WPV3)이 멸종됐음을 선언한 WHO는 WPV1과 cVDPV까지 근절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실제로 발병 건수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등 목표에 근접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의료 취약 지역의 예방접종 확대 등을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므로 각국의 협조와 관심을 중단 없이 유도하기 위해 PHEIC를 유지할 정책적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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