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좌절' 수리타 "선거 끝났어도 방탄복 외출…고국 잠시 떠날 것"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마약 밀매 갱단들이 활개치면서 최근 수년 새 치안 상황이 극적으로 악화한 남미 에콰도르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피살된 후보를 대체해 출마했던 '대안 후보'마저 생명에 대한 위협 때문에 외국으로 피신하기로 했다.
28일(현지시간) 에콰도르 라디오 방송 '포레버'와 일간지 엘우니베르소 등에 따르면 야당 '건설운동' 소속으로 지난 20일 대선에 나섰던 크리스티안 수리타(53) 후보는 조만간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머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선을 열흘 정도 앞둔 지난 9일 유세장 주변에서 총격을 받아 피살된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를 대신해 선거를 치렀다. 최종 득표율 3위로, 1·2위가 치르는 결선(10월 15일 예정)에는 오르지 못했다.
기자 출신인 수리타 후보는 포레버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세 기간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안전 등을 이유로 출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와 제 가족은 공공장소에 나갈 때 방탄조끼를 입고 헬멧을 써야 한다"며 "이런 비극적인 삶을 계속 살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수리타는 또 "(숨진) 페르난도와 함께 기획했던 책을 완성할 것"이라며 외국에서 저널리즘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중남미 여러 국가 중에서도 안정적인 치안 상태를 유지했던 에콰도르는 최근 몇 년 새 유럽과 북미로 가는 마약 거래 통로로 전락하며, 사회 불안이 고조된 상태다.
세계적인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 끼어 있는 이곳에서 갱단들은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이권을 노리고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에콰도르 정부는 현재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교도소 내 보안을 강화하는 등 범죄조직 소탕에 골몰하고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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